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동
영산강의 옛 이름이 남아있는 극락강역
전남 광주에서 담양을 향해가는 영산강 상류지역엔 재밌게도 영산강이란 이름보단 극락강이란 이름이 남아있다. 담양을 지날 땐 담양천으로 불리던 강은, 광주지역을 지날 땐 옛부터 극락강이라고 불렀단다. 불교와 관련된 전설이 담겨있을 것 같은 극락강이란 이름은 영산강변에 조성된 극락친수공원, 극락교, 광주시에 있는 극락초등학교 등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강의 별칭이 아득하고 비현실적으로 들려 별로 믿기지 않았는데, 강변에서 '극락강역(광주시 광산구 신가동)'이란 기차 간이역을 만나고서야 현실로 다가왔다. 옛날엔 '극락면'이란 동네 이름도 있었는데 다른 동네와 합쳐지면서 폐면됐다고. 극락강역은 일제강점기 때인 1922년 지어진 오래된 간이역으로, 한국전쟁 때 파괴된 후 1959년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지었다.
꾸밈이 전혀 없는 검박한 역 모습, 역 안 대합실도 쓸모와 필요로만 이뤄진 공간이다. 전쟁 후 가난했던 시대의 모습이 고스란하다.
차와 기차여행을 좋아하는 '철도 덕후'들이 많이 찾아오는지, 아담한 대합실에 비둘기호, 통일호와 이제 곧 추억 속으로 사라질 새마을호 등 옛 기차 사진들이 걸려 있다. 입어보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게 역무원 모자와 유니폼도 마련돼 있다. 한 역무원이 연신 두리번거리며 대합실에 앉아 있는 여행자에게 다가와 간이역에 대해 설명도 해주었다.
역무원 아저씨는 내 오래된 궁금증도 풀어주었다. 기찻길 어디나 깔려있는 자갈의 용도가 궁금했는데, 돌은 철길 밑 땅의 열기를 낮추는 역할을 한단다. 온도에 따라 지형이 변화하면 철도도 어긋나기 때문에 자갈을 깐다고. 옛 부터 사람이 죽으면 흙에 묻고 그 위에 돌을 모아 덮은 것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란다. 돌 아래 흙속 시신과 유물들은 독한 냄새를 풍기며 금방 썩지 않고 오랜 시간 서서히 부패한다.
강변역 저멀리로 겨울이 왔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철새들의 비행에 절로 눈길이 머물렀다. 느릿느릿 길게 이어진 철새들 모습이 흡사 무궁화호 열차를 닮았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 대학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철새들의 ‘V자 비행’에 얽힌 또 하나의 비밀을 풀어내 관심을 끌고 있다.
힘이 가장 많이 드는 맨 앞자리는 한 마리가 계속 리드를 하는 게 아니라, 교대를 하는 방식으로 전체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 마리 새가 계속 철새들의 앞에 서는 것이 아니고 맨 앞자리를 서로 번갈아가며 교대한다는 거다.
철새들의 V자 비행은 공기역학과 관련된 것으로 선두에 서있는 새가 힘찬 날갯짓을 통해 상승기류를 만들면 뒤따라오는 새들이 이 흐름을 타고 상대적으로 편한 비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피곤하고 부담이 많이 되는 선두 새들이 서로 자리바꿈을 통해 적절히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새들이 서로의 역할을 바꿔 고통을 분담한다는 이야기로 동물의 세계에서는 흔치않은 일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