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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Dec 16. 2021

제주섬의 신비한 자연이 흐르는 물길, 효돈천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제주의 내창 생태여행지 효돈천과 창고천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2002), 세계자연유산(2007), 세계지질공원(2010) 인증을 받은 세계가 인정하는 보물섬이다. 세계적 자연경관의 모든 테마(섬, 화산, 폭포, 해변, 국립공원, 동굴, 숲)를 골고루 다 갖추고 있다. 보물이 많은 지역에서 보물찾기는 어디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기 마련이다. 올레길, 숲길, 오름, 해변 어디부터 가야 할까. 제주 서귀포에는 계곡의 기암과 숲길, 물길은 물론 오름, 해변까지 모두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한라산에서 흘러내려 계곡과 숲, 마을과 소(沼, 못)를 지나 바다로 유입하는 물줄기 효돈천이다. 제주도에서 물은 다른 지역에서는 헤아리기 힘든 가치를 지닌다.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뿌리내려 숨 쉬는 모든 생명이 한라산과 곶자왈(숲)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한다. 제주도는 비가 많이 내리지만 마실 물은 귀했다. 화산석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지형으로 물이 고이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의 대부분 하천들 또한 비가 오지 않는 때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보니 그 물길은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효돈천 물길은 신비로운 제주의 오지이자, 유네스코와 환경부가 인증한 생태관광지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효돈천 

거친 자연미를 품은 효돈천
효돈천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소(沼, 못)

효돈천(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일대)은 한라산 정상에서 발원해 약 13㎞를 흐른다. 한라산이 화산 폭발하면서 생긴 용암이 계곡을 만들고 수만 년 동안의 비와 바람이 만든 물길이다. 하천 곳곳의 기기묘묘한 풍광은 마치 우주의 어느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깎아지른 암벽과 기암괴석 사이에는 난대림이 넓게 분포돼 있어 유네스코는 효돈천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천의 끝은 유명한 관광지 쇠소깍으로 이곳에서 효돈천은 바다로 흘러든다.


효돈천의 매력은 빼어난 자연미에 있다. 효돈천을 채우고 있는 바위들은 대부분 회백색이다. 본래 까만색의 현무암이었으나 물에 닳고 닳아 회백색 혹은 우유 빛깔 현무암이 됐다. 그러다 보니 기이한 형태의 바위와, ‘괴 혹은 궤’라 불리는 동굴 등 독특한 지형이 생겨났다. 처음 찾는 이들은 화산섬 제주에서 만나는 우윳빛 바위에 놀라고 기암괴석들의 모양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매끈한 암석으로 채워진 효돈천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소(沼, 못)를 만날 수 있다. 물이 고여 있는 이들 소에는 저마다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효돈천에서 이어진 걸서악 오름
효돈천 최고의 명소 쇠소깍

효돈천에서 이어지는 걸서악 오름에 가는 길도 거닐만하다. 오름까지 거리는 124m로 왕복 2,30분 정도 소요되어 부담 없이 오갈 수 있다. 오름은 기생화산의 일종으로 제주도에는 크고 작은 오름들이 300여개나 솟아있다. 제주의 색과 풍광을 그리고 있는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 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루는 존재다.  

    

효돈천 하류에는 유명 관광지이기도 한 쇠소깍이 있다. 효돈의 옛날 지명인 쇠둔의 ‘쇠’와 웅덩이를 뜻하는 ‘소’, 그리고 강 하구를 뜻하는 ‘깍’이 합쳐진 지명이다. 쇠소깍은 기암괴석, 송림, 검은 모래(모살) 등 하천지형이 아름다워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규모가 워낙 크고 양 옆으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선 데다 그 위로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져 마치 깊은 계곡에 발을 들여놓은 느낌이다. 쇠소깍에서는 전통 뗏목 테우를 타볼 수 있다. 과거 제주인들이 이동수단으로 자주 사용했던 전통 뗏목배다. 


제주에서 가장 따뜻한 감귤마을 하례리     

정다운 감귤마을 하례리
감귤 박물관

효돈천을 품은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동네로 덕분에 감귤꽃이 가장 빨리 피는 마을이다. 이원진이 편찬한 <탐라지>(1653년)에는 ‘금물과원(禁物果園)’이라는 곳이 등장한다. 임금에게 귤을 진상하기 위해 백성들의 접근을 막고 귤을 함부로 따지 못하도록 하고, 진상할 과일을 재배하는 곳이다. 


감귤은 제주의 공납품이 되어 한양의 왕족은 물론 성균관 유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제주에서 감귤이 올라오면 황감제라는 특별시험을 치렀다. 황감제는 성균관과 사학에 머무는 유생들에게 감귤을 나누어 주고 시제를 내려 시험을 치르는 것을 말한다. 조선시대 성균관과 사학 유생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오래전부터 제주는 귤의 산지로 유명했으나, 1894년 갑오개혁으로 공납제도가 없어지자 제주 사람들은 공납으로 인해 자신들을 괴롭혔던 감귤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해 유명해진 박사 우장춘이 1960년대 제주도를 찾았을 때는 병에 걸리거나 방치된 감귤나무만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일본에서 신품종 감귤나무를 도입해 시험재배를 했다. 그의 연구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주도가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감귤생산지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제주 전통음료 쉰다리
고살리숲길

근래 마을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한 마을 점방(작은 가게)이 눈길을 끈다. 점방에서 만드는 것은 제주 전통 빵인 상웨빵과 쉰다리. 여기에 마을에서 나는 한라봉을 넣어 맛과 풍미를 더했다. 덕분에 마을의 감귤 농가도 돕게 됐고 젊은 부부들이 정착하게 했다. 쉰다리는 보리로 밥을 지어 쉰밥을 만들고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후 끓여낸 제주도의 대표적인 전통 음료이다. 제주도는 예로부터 쌀이 귀해 보리밥이 주식이었는데, 더운 여름철에 잘 쉬는 보리밥을 버리지 않고 음료로 만든 데서 유래한다. 


하례리는 한라산 남쪽의 첫 마을로 효돈천을 따라 원시적 수림과 계곡이 잘 발달되었다. 바로 이 계곡에 자연탐방로 고살리숲길이 이어져 있다. 고살리숲길은 곶자왈과 비슷하나 곶자왈보다는 편안한 숲길이 이어지며 특히 탐방로 주변 가까이에 효돈천이 흐르고 있어서 걷는 재미를 배가시켜주고 있다. 난대림의 상록수가 주를 이루고, 다양한 식물이 함께 자라고 있는 이곳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물웅덩이가 고여 있는 속괴, 장냉이도, 잣성길 등 토속적인 이름을 가진 이채로운 풍경의 공간을 만나게 된다. 


제주 돌담의 한 종류인 잣성은 조선 초기부터 한라산 중턱에 설치된 국영 목마장의 상하 경계에 쌓은 돌담을 말하는데, 목장을 구분하는 경계용으로 이용되었다. 숲속 잣성에서 기르는 소와 말을 만나면 심심했는지 스스럼없이 다가와 여행자를 오히려 놀라게 한다.  

제주 돌담 잣성에서 기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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