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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artlover Dec 03. 2019

당신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싶습니까?

독립출판물 네 권에 대하여


*이 네 권의 책은 30대에 경험한 제 성장기입니다. ^^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몇 차례의 연재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을 읽고,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20대의 나는 참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었다.






두려움이 많아서, 연애에 있어서도, 일에 있어서도 많은 기회들을 놓쳤다. 물 공포증이 있는 사람처럼, 가끔은 용기를 내, 물가까지 가보기도 했지만, 딱 물가까지 가는 게 전부였다. 한쪽 발을 조심스레 담가보기도 했지만, 무게 중심을 옮기거나 두 발을 첨벙첨벙 담그거나, 물을 건너가는 경험은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들을 반복해서 경험하면서, 내가 어떤 정신적인 미로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친 염려와 부정적인 상상력이 합쳐져서, 해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미 그 일을 한 번 경험한 것과도 같은 에너지 소모를 느꼈고, 그래서 초입에서 단념하는 일이 많았다.


20대 중반이 지날 즈음, 이런 내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살아있는 동안 이렇게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건 무서웠지만, 그대로 나이 들어가는 것도 무서웠다.





문제를 인식한 것이다.







그런데 그다음에 뭘 해야 할지 몰랐다.



특히 내가 인지한 그 문제의 중심에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있었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이지 않으면서, 강하게 연결된 관계는 내가 어떤 일을 해보려고 할 때, 브레이크 역할을 했다.


어떤 것을 해보자 하는 자연스러운 욕구는 내면화된 부모님의 가치관에 따라 검열되었고,

나는 내 삶에서의 주체성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판단, 느낌 중 어떤 것이 정확히 내 것이고, 어떤 것이 부모님의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졸업 후,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사실 적응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20대 중반이었었던 이때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너는 진짜 하고 싶은 게 뭐니'라고 스스로 묻기 시작했고, 나는 잘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속에서 그림?(인가?)라는 생각이 떠올라도, 나는 내가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것을 정말 강렬하게 원한다는 느낌이 없어서였다. '맞아, 나는 그림이 정말 좋아, 그림을 그리고 싶어!'라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그건 내가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것을 강렬하게 원하는 느낌조차 자유롭게 갖지 못하는 그런 류의 문제였다.


내 마음 안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닌, 온전히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것에 대해 알지 못했고,

그 선택을 마음 놓고 누리거나 간절히 소망할 수 있는 마음이 아니었다.


그때 안 것은 내가 그림을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좋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나는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눈치 보지 않고 좋아한다고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욕구가 올라와도 거세하는 게 자동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엄마 아빠한테 화가 많이 났다.

20대 후반에는 나보다 컸던 사람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그 당시에 이르기까지, 늘 나보다 위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정말 화가 많이 났다.


그분들도 그런 문화 속에서 살아와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 들, 나는 내 상태에 대해서 깨닫고 난 후, 화가 많이 났고, 그 화는 내가 나의 마음에 집중하기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되었다. 더 이상 타인의 시선과 목소리에 마음 쓰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으로 삼았다.


내가 마주한 과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행동하고, 동시에 진정으로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누리는 마음 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화가 많이 났고, 그것을 명분 삼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다 한들, 나는 온전히 자유롭지 않았고, 온전히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머리로는 선택했지만, 마음으로는 불쑥불쑥 의심이 올라왔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갖기로 결심한 것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누구의 시선이나 반응에도 거리낌이 없는 상태'를 갖기까지, 연습과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살아온 삶의 시간만큼 걸리는 그런 문제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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