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 뜨거운 것보다 따뜻한 것

사랑을 이끄는 진정한 힘, 매력

by Cactus


들어가시죠,



그는 어색한 듯 웃으며 레스토랑 입구를 가리켰다. 티나지 않을 정도로 신경을 쓴 듯한, 잔잔한 체크 셔츠와 블랙 팬츠 차림이었다. 내 눈은 재빨리 그를 스캔했다. 내가 좋아하던 외적인 조건에 100% 부합하지는 않는 남자였다. 소개팅의 8할은 첫인상이렸다, 나는 그에게 어색한 미소를 건네며 레스토랑을 따라들어갔다.



얼마 전 스페인 다녀오셨나봐요, 그가 말을 건넸다. 내 카톡 프로필에서 스페인 사진을 봤노라고, 예의가 아니었다면 죄송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나는 웃으며 괜찮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여행에서 있었던 소소한 스토리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30년 가까이 모르는 채 살아온 두 남녀가 할 얘기란 으레 취미, 여행, 일, 학창시절 따위가 아니겠는가.

세비야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그런데 대성당에 오르려다보니 발이 너무 아프더라구요. 론다에선 일행과 잠시 떨어져 혼자 다녔는데 약간 허전했어요.

레스토랑 천장을 쳐다보며 기억을 떠올리던 내 눈이 서서히 내려앉아 그의 눈과 마주쳤다. 그런데 이 남자, 정말 진지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아, 이건 뭐지.



주문한 시저샐러드가 나왔다. 파스타도 나왔다. 부족할 지도 모르겠다며 그가 주문한 사이드메뉴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에게 소소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그 눈빛이 너무 좋아서, 말을 멈출 수 없었다.

위험하지는 않아요? 아, 거기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그는 대화 도중 궁금한 것을 물었고 공감을 표했다. 자신이 살던 곳의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음식은 매우 천천히 사라졌다. 주위 사람들은 영화 속 뿌연 화면처럼 서서히 흐릿해졌다. 우리는 그렇게 오래도록 같은 곳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아예 디저트까지 여기서 먹을까요? 라는 그의 달콤한 제안도 물론 거절하지 않았다.



화려한 외모의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어릴 적 은연 중에 그리던 이상적인 외모와 유사했던 사람. 쟤 남자친구되게 훈훈하대, 나는 당시 사람들의 시선과 칭찬에 자부심을 느꼈던 것 같다. 누가 봐도 훈남인 멋진 외모에 마음을 뺏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저멀리 서있는 그 사람을 봤을 때, 나는 전혀 멋있다고 느낄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잘생긴 모습 그대로인데 나의 마음은 왜 그렇게 목석처럼 차가워졌을까. 반짝이는 외모는 결국 빛이 바래고야 마는 것이었다. 잠시동안 반짝일 뿐, 돌아선 마음까지 되돌릴 힘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웬걸. 이사람의 눈빛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이사람만이 갖고 있는, 다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이 백만불짜리 눈빛이 말이다.

아씨, 회사 때려칠까봐. 내가 원한 삶은 이게 아니었어. 울며불며 짜증을 낼 때도 그렇다. 요즘은 부쩍 내가 한심한 사람 같아,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쉴때도 그렇다. 매번 자기일만큼이나 진지하게 내 얘기를 들어주는 그 '특유의' 눈빛을 볼 때면, 내 곁에 있는 이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따뜻하게 번진다. 짜증과 한숨이 접힌다. 행복해진다.



빛나는 외모는 내 자부심과 일시적인 감정을 끌어올리지만 이내 사라진다. 누구나 늙고 변하니까. 반면 그 사람만이 가진 고유의 매력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어진다. 그래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사랑이 같이 깊어진다.



있잖아, 내 이야기를 들어줄 때 눈빛 되게 매력있는 거 알아?

그래? 그는 웃는다. 자기 얘기 듣는 게 좋으니까 나도 모르게 더 집중하나보다.

에이, 아니다. 원래 이 남자는 나 아닌 누구라도 대화하는 상대에게 진지하게 눈을 맞추고 집중한다. 우리를 소개해준 친구도 바로 이 포인트에서 좋은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 정도니까. 나랑 있을 때 조금 더 꿀이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 사람에게 그 매력을 자주 이야기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의도적으로 '더' 집중하려는 모습이 섞이지 않은 지극히 순수하고 따뜻한 그 눈빛을 오래도록 보고 싶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쉿, 그 눈빛이 나를 항상 설레게 하는 건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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