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깨끗히 비워야 할 때가 있다

기다림과 정리, 새로운 사랑을 위한 준비할 것들

by Cactus

친구가 말했다.

무언가를 쥐고 있는 손으로 다른 무언가를 잡을 수는 없다고.

손에 쥔 것을 놓아야만 새로운 것을 쥘 수 있다고.

그렇지 않으면 두 개 모두 놓치게 된다고.



서른살의 겨울.

나는 지금 혼자가 되면 다시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할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있었다.

지금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내 마음속에는 설렘은커녕 일말의 따뜻한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영하의 날씨에 따뜻한 커피가 싸늘하게 식어버리듯. 우리 두사람에겐 ‘사랑이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여전히 두려웠다. 지금 이렇게 손을 놓아버리면 영영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없을까봐.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행복해하며 저마다 손을 잡고 있는데 나만 외톨이가 되어 외로움 속에서 살지는 않을까. 영영 혼자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 불안함이 내 마음을 채웠다. 그래서 나는 생명이 끊긴 관계를 억지로 이어붙이며 스스로를 설득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은 이 차가운 손을 계속 잡고 있자. 진짜 사랑이라면 이런 상태에서도 나를 찾아올 지 몰라. 라면서.



그런데 친구는 그런 나에게 계속 말했다. 너 생각해봐, 주차장은 하나인데 차가 두 대 들어갈 수 있겠어? 하나를 빼야 다른 하나가 들어올 여유가 생기지. 한 대를 반 정도 어설프게 주차해놓는다 해도 다른 차는 들어올 수가 없어. 그렇잖아?

미안함만으로는 사랑을 할 수 없어. 아닌 건 아닌거야. 기억해, 우리 손은 하나야. 쥐고 있는 걸 내려놓아야만 나중에 우연히 더 좋은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기쁜 마음으로 쥘 수 있어.



집에 가는 길. 친구의 말이 계속해 귓가에 맴돌았다. 맞다. 이렇게 따뜻하지 않은, 무섭도록 식은 관계는 이미 생명을 잃은 것이었다. 나는 내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다가올 누군가를 더 열심히 기다려보기로 했다.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 기쁜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랑은 또 왔다. 매우 따뜻한 한 사람이, 내가 비워두었던 마음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만약 내가 그 죽어버린 관계를 미련으로 잡아두었다면 내가 이 사람을 알아볼 수 있었을까? 이 사람의 따뜻한 온기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내 손은 하나이니까.

때론 다가올 무언가를 위해서 내 손을 비워야 할 때가 있다. 두렵고 불안하더라도 과감히 마음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다가올 더 따뜻한 ‘사랑’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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