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함의 온기, 사랑의 조건
“우와, 자리가 되게 따뜻하네?”
손발이 꽁꽁 얼 정도로 추운 날. 젖은 머리에 칼바람을 가득 맞으며 차 안으로 도망치듯 달려들어온 내가 첫마디를 건네자 너는 말했지. 10분 전부터 시트 따뜻하게 해뒀어, 들어오자마자 따뜻하면 좋잖아. 라고.
나는 아무일도 아닌 듯 운전대를 잡으며 다른 한 손으로 내 손을 따뜻하게 잡는 널 바라봤어. 그리고 생각했어. 내가 이렇게나 따뜻한 사랑을 받아도 되는걸까.
얼마 전 밤늦게까지 야근을 한 적이 있어.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 무거운 발걸음을 터벅터벅 옮기고 있었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내 방 불이 환하게 켜져있는거야. 마치 누군가가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그게 끝이 아니야. 부모님은 주무시고 계셨지만 내 침대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온기가 감돌고 있었어. 엄마가 미리 시트를 따뜻하게 데워두셨거든.
옷을 정리하고 침대에 눕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 그 어느때보다 엄마의 사랑이 내 온몸에 와닿았으니까. 주무시기 전 딸의 침대 시트를 정리하시면서, 행여나 골목길이 무서울까 방 불을 환하게 켜면서, 엄마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너의 그 한마디는 내가 따뜻한 침대에 눕던 그 순간처럼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어. 십 분 전의 너는 운전을 하던 중 곧 차에 탈 내 모습을 상상했겠지. 그리고 행여나 춥지는 않을까 싶어 히트를 켜두었겠지. 따뜻해하며 몸을 녹일 날 생각하면서. 그건 아무일도 아닌 게 아니야.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중 환한 내 방을 발견했을 때처럼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야. 지친 몸을 따뜻한 침대에 뉘일 때처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야.
내가 이렇게나 따뜻한 사랑을 받아도 되는걸까?
가끔 널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너의 일상에 깊이 배어버린 크고작은 배려들이 날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게 해. 네가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내게 주는 모든 말과 눈빛이, 행복이 나를 기쁘게 해.
행복한 고민을 하도록 만들어줘서 고마워. 내 옆에서 그렇게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지금 내가 느끼는 것보다 더 따뜻하게, 그런 너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