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잠깐 떨어져있어도.

서른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by Cactus


어머나, 생이별이네. 너무 보고싶겠다. 마음이 시리고 허전하고, 당장이라도 달려가 만나고 싶고. 그런 생각이 하루에도 여러 번 들겠네요.


비가 흩뿌리는 늦가을 저녁. 나는 진한 초콜릿향이 물씬 풍기는 작은 카페에 앉아 초콜릿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쇼콜라티에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남자친구와 어쩔 수 없이 잠깐 떨어져지내게 됐다는 말이 쓸쓸해보였을까, 아니면 고요한 적막을 견디기 어려웠을까. 그녀는 계속해 동정어린 말을 했다. 나 어릴 때는 남자친구랑 조금만 떨어져있어도 괴롭고 허전하고 그렇더라구요. 그 때 생각하면 주말부부 같은 사람들, 어떻게 떨어져있는 걸 견디나 몰라.


당연하죠. 정말 너무너무 보고 싶죠. 당장 달려가고 싶기도 하고. 그런데 관계에 있어서 이런 시간을 갖는 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닌 듯 해요. 나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보고싶지 않다’ ‘편하다’라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예요. 뭐랄까,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서로를 더욱 그리워하고 서로의 소중함을 더 깊이깊이 느끼는 시간’이랄까. 떨어져있으니까 계속 같이 있으면 볼 수 없었을 그사람의 빈자리가 더 크게 보여요. 눈을 감으면 함께 한 추억이 생각나죠. 그러면서 더더 보고싶고 사랑이 깊어지는 거예요.

사람은 아무리 서로 사랑한다해도 24시간동안 계속 붙어있을 수는 없잖아요. 결국 각자의 일을 해야 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하죠. 저는 혼자일 때도 자신의 삶을 오롯이 살아갈 수 있는, 자아가 건강한 사람들이 더 따뜻하고 풍성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의존적이면 그 관계는 결국 무너지니까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잠깐 떨어져있어도.


그렇구나. 맞아요.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았어. 항상 나 자신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하고, 24시간 내내 같이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관계가 늘 쉽게 끝났어요. 그녀는 녹인 초콜릿을 잿빛 잔에 옮겨담으며 말했다. 사랑이 더욱 깊어지는 시간을 갖는 것, 서로가 더 그리워지는 시간을 갖는 것. 좋네요, 그것도.


그런데 이 클래스, 단 것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즐길 수 있어요? 다음에 그사람이랑 같이 와야겠다. 초콜릿은 좋아하지 않는데 생초콜릿처럼 부드럽고 덜 단 디저트는 잘 먹거든요. 내 물음에 그녀는 그럼요, 당연하죠. 라며 진한 웃음을 지었다.


그사람이 스물내시간동안 내내 내 곁에 있었다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를 보며 그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 이 달콤한 초콜릿 향을 맡으면서 그사람과 함께 로이스 초콜릿을 배어먹던 짤막한 순간을 회상할 수 있었을까. 퇴근 후 공방에 달려오는 길, 촉촉한 이른저녁 공기와 하나둘 떠오르는 별을 보면서 그 사람을 깊이 그리워할 수 있었을까. 지나가는 남자의 가디건 컬러를 보며 그사람이랑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더라도, 그리움의 깊이는 단언코 떨어져있을 때보다 덜 깊었을 것이다. 지금 나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그 사람을 향한 깊은 그리움을 느낀다. 그러니까 괜찮다, 잠깐 떨어져있어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랑하는 사람의 '과거'를 마주하는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