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미리 쓰는 실연에 대처하는 방식 - 서영아

이별할 때 알아야 할 것

by Cactus


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밤의 꿈 같은 것.
그냥 인정해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몸짓

거기에 걸어두었던 너의 붉고 상기된 얼굴.
이제 문득 그 손을 놓아야 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
봄밤의 꽃잎이 흩날리듯 사랑이 아직도 눈앞에 있는데
니 마음은 길을 잃겠지.

그냥 떨어지는 꽃잎을 맞고 서 있거라
별 수 없단다
소나기처럼 꽃잎이 다 떨어지고나면 삼일쯤 밥을 삼킬 수도 없겠지
웃어도 눈물이 베어나오겠지
세상의 모든 거리, 세상의 모든 음식, 세상의 모든 단어가
그 사람과 이어지겠지

하지만 얘야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비로소 풍경이 된단다
그곳에서 니가 걸어나올 수가 있단다.

시간의 힘을 빌리고 나면
사랑한 날의, 이별한 날의 풍경만 떠오르겠지
사람은 그립지 않고
그날의 하늘과 공기, 그날의 꽃향기만
니 가슴에 남을거야
그러니 사랑한 만큼 남김없이 아파해라.
그게 사랑에 대한 예의란다.
비겁하게 피하지 마라

사랑했음에 변명을 만들지 마라.
그냥 한 시절이 가고, 너는 또 하 시절을 맞을 뿐
사랑했음에 순수했으니
너는 아름답고 너는 자랑스럽다.







사흘동안 밥을 굶던 때가 있었다.


홀로 집 앞 놀이터를 열바퀴 이상 돌며 가슴을 치던 때.

타들어가는 목에도 물 한 번 축일 수 없던 때.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소리내어 혼자 울던 때.

세상의 모든 모습, 소리, 형태가 모두 한 사람에게 이어지던 때.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싶던,

너무나 어두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그런 때.



내리는 비를 끝까지 흠뻑 맞고 나서야 세상이 조금씩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한참 앓고 나서야 그곳에서 걸어나올 수 있었다.



이별을 쉽게 이겨내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그저

내리는 꽃비를 마주하고

맘껏 아파할 수 밖에.


언젠가는 풍경이 될 그 순간을 있는힘껏 아파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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