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일기 여섯. 나조차도 아재입맛에 입문하다니
큰일이다. 순대국이 좋아져버렸다!
아재입맛의 대표주자 격인 순대국은 나에게 머리 벗겨지는 김과장, 대출에 애들 교육에 스트레스받으며 아둥바둥 살아가는 윤차장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는데. 남자만 가득한 팀에서 매일 저녁 순대국집을 향할 때마다 ‘알리오 올리오 어떠세요, 알리오 올리오’를 외치며 끝까지 답없는 주장을 펼치던 나였는데. 그 순대국을 출근하면서부터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오다니.
펄펄 끓는 뚝배기 안에 담긴 속이 꽉찬 순대 몇 점.
찬 공기와 대비되는 한없이 모락모락한 김.
입안에서 하염없이 쫄깃거리는 곱창과 양.
송송 잘려 뽀얀 국물 위에 둥둥 떠있는 파조각들.
국물 속에서 탱글탱글 불어 입속으로 들어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매끄러운 밥알들.
이걸 좋아하는 날이 나에게도 왔다.
파스타랑 피자에 사족을 못쓰던 내가, 아침부터 그리고 그리던 순대국을, 점심시간이 시작하기도 전에, 패딩을 부스럭부스럭 걸칠때 따라오는 사무실의 눈치를 감수하고도, 무려 혼자, 먹으러 가는 날이.
와버리고 말았다.
무엇때문일까?
점심시간마다 줄을 길게 서는 화목순대국의 맛이 기가막혀서?
우연히도 회사와 가까운 곳에 순대국 맛집이 있어서?
혼자 가도 친절히 김치를 리필해주시는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계셔서?
아니다. 다 아니다. 예전 회사에서도 순대국 맛은 기가막혔다. 맛집도 가까웠도 서비스도 좋았다.
그렇다면 아재입맛을 내 맘 속 몸 속 깊이 내재화한 것은.. 아마도 내가 아재들과 같은 입맛을 갖게 된 걸까? 설마?
시간은 흐르고 세월은 간다.
영 어릴 것만 같았던 내 입맛도 변한다.
이제 아재들 사이에서 호호 불어가며 뜨거운 순대국 속 쫄깃하고 탱탱한 곱창을 입에 넣는 행복을 알아버렸다.
뾰족한 힐과 값비싼 패딩을 입은 채로 천막을 열고 들어와 순대국 한 그릇을 외치는 여자들과 동질감을 느껴버렸다.한 입씩 음식을 넘기며 ‘어-허’라고 시원함을 표시하는 것도 이해하게 됐다. 안올것만 같던 날이 오고, 좋아하지 않을 것만 같던 순대국을 매일 점심 찾게 됐다.
그래. 이제 나도 빼도박도 못하게 아재입맛이 되어버렸다.
인정해버리니 마음이 편하다.
그래도 혼자 순대국을 먹으며 ‘어-허’라고 시원함을 표시할 날은 오지 않았으면 한다. 그럴 날도 머지 않은 것 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