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단상
내 인생 두 번째 퇴사기.
첫 번째 퇴사 때는 이직하는 회사의 입사기간이 너무 촉박해 매우 빠른 속도로 퇴사를 해야 했다.
합격 발표를 받은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퇴사 의사를 밝혔는데, 공교롭게도 그날이 조직개편 후 첫째날이라 퇴사 보고를 받은 팀장은 그날 처음으로 나와 같은 팀이 된 사람이었다.
"뭐야, 내가 그렇게 싫어? 오늘 우리 같은 팀 된 첫날인데 바로 퇴사하는거야?"
사직서를 받아들고 당혹스러워하던 팀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결재를 해주었다.
"야, 그래도 좋아하는 일 하게 되어서 잘 됐다. 응원해"라며.
본부장도 마찬가지 반응.
같이 일한 기간이 긴데 비해 심리적 거리가 가깝지는 않던 사람이었지만, 그는 "젊음이 좋다. 나는 이제 새로운 일 못하는데"라는 말로 응원을 건네면서 최종 결재를 해주었다. 심지어 내가 가장 존경하던 상무님은 "넌 잘 될줄 알았어, 넌 잘 할거야"라며 매우 기쁜 얼굴로 악수를 청했다.
업군을 완전히 바꾼 특별한 케이스의 이직이어서였을까. 사람들은 경계심이나 질투 대신 진심어린 응원을 해주었던 것 같다. 그토록 바라던 퇴사를 하고 집에 돌아온 후 "인사도 못하고 보내서 너무 아쉽다"는 자회사 차장님의 전화를 받고선 마음이 먹먹했던 기억이 난다. 그 회사에서 난 사랑을 받는 사람이었다. 응원을 받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 퇴사는 다르다. 너무 다르다.
그래도 퇴사를 하려면 최소 30일은 있어야 한다!며 불만어린 눈빛으로 나를 대하는 팀장님들. 데려올 때는 재직 중인 사람을 하루만에 퇴사시켜놓고, 내보낼 때는 의리와 정을 들먹이며 온갖 눈치를 주는 회사. 업무 인계자 지정을 차일피일 미루며 퇴사를 못하게 하는 사람들. 아. 정말 다르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란 걸 그렇게 빨리 정리할 수 있나"란 말에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퇴사와 입사로 달라지나요, 퇴사 후에도 정말 자주 찾아뵐거에요"라고 답하다, 문득 이전 회사에서 나를 보내주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은 내가 완전히 다른 업군으로 이직했기 때문에 퇴사에 협조적이었던 걸까? 아니면 내가 신입사원때부터 쭉 일해온 곳이라 나를 응원해주고 싶었던 걸까?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두 회사 분들 모두 나를 믿어주는 좋은 분들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맞이하는 분위기가 너무나도 다르단 사실이다.
언젠가 내가 팀장이 되었을 때 팀원이 퇴사를 하려고 사직서를 들고 온다면 협조해줘야지.
붙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응원해줘야지.
빨리 인수인계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루라도 많이 긴 업무시간 속의 달콤한 휴식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마음이 떠난 사람을 내욕심으로 붙잡은 들 뭐가 좋을까.
마음이 떴다면 빨리 보내주는 게 서로에게 좋다.
사람도, 회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