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제가 누구인지 모호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정신분석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정신분석 권위자라고 불리는 분이었어요.
저의 생애를 청취하고 그분은 말했습니다.
" 우주에 버려진 고아군요 "
저는 이 날 극심한 자살 충동을 느꼈습니다.
의사의 말은 저를 벼랑 끝으로 몰았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그녀(사비나)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구절을 이해합니다.
자살 충동을 느낀 이유는, 극단으로 치달은 긴장 때문이 아니었어요.
내가 타자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내가 그들을 사랑하지도 않는다는 느낌 때문이었지요.
사랑이 하나의 질량을 가지고 있다면
제 존재는 부피만 있고 질량은 없어 바다에 둥둥 떠다닐 것 같았습니다.
땅에 다리를 붙이고 서있을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살아남기 위해 당신을 사랑하려고 합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까닭에 제 존재의 무게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이기적인 동기에 불과하다는 걸 알지만,
그러한 까닭에 당신과 내가 존재의 무게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