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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재택근무는 계속되었다. 9시 15분 알림톡이 딩동 울렸다.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는 알림이었다. 정말 다행이다. 머리로는 예상했다 하지만 내심 긴장이 훅 풀린다. 당연히 동생도 음성. 이제 남은 과제는 그냥 집에 잘 붙어있기만 하면 되는 것, 그 하나뿐이다.
회사에 상황을 알린다. 10시 30분쯤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다른 공무원이었다. 가능한 한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하려고 매우 신경 써서 고른 속도와 어조로, 자가격리 주의사항을 들었다. 얼마나 많은 통화를 이렇게 하실까. 감사하고 송구한 마음이었다. 자가격리자 어플 다운 안내 문자를 곧 보내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는 끝났다.
오후. 다시 전화가 울렸다. 이번에는 또 다른 사람이었다. 내 담당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어플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었는데,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체온을 재서 자가진단을 하고 어플에 입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 밖에도 통장 사본을 찍어 보내면 구청에서 지원금을 보낼 예정이고, 매일 오전 11시 30분쯤 AI가 전화를 거니까 무슨 번호가 뜨면 꼭 받으라고 했다. 쓰레기 처리는 끝날 때쯤 다시 안내를 해주겠다고 했다.
소소한 안내사항들을 들으며 받아 적고 있는데, 업무시간 외에도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본인 핸드폰 번호를 불러주었다. 잠시 머뭇거리며 “제가 웬만하면 선생님 업무 시간 내에 여쭤 볼게요.”라고 대답했다.
그냥 나도 직장인이기 때문에, 그리고 공무원들의 피로도 누적에 대한 기사를 여러 차례 보았기 때문에 최대한 그의 생활을 침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 머뭇거림을 다르게 해석했는지, “혹시 제 개인 번호를 알려드리는 것이 부담스러우시면…”이라고 말을 이었다. 서둘러 그런 거 아니라고, 너무 감사하지만 업무 시간 외에 연락받으면 피곤하실 테니 가급적 업무 시간 내에 연락드리고 싶은 거라고 서둘러 설명했다. 그러자 눈앞에 있었다면 아마 손사래를 치고 있었을 것 같은 느낌으로 들려오는 대답. “아니에요! 새벽도 상관없으니 무슨 일 있으시면 꼭 연락 주세요!”
하긴 자가격리자가 갑자기 돌발 행동을 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는 것보다는 새벽이라도 사전에 알게 되는 게 낫긴 하겠지. 절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리. 연락드리는 일도 없어야 할 것. 속으로 다짐하며 네, 대답했다.
차곡차곡 주변을 정리했다. 자가격리 기간 쭉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지금도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하고 있어, 재택근무 전환이 어렵지 않았다. 집에도 연락해서 추석에 집에 가지 못하게 되었음을 알렸다. 동생은 오늘 재택근무를 마치는 대로 부모님 댁에 가기로 했다. 방은 따로 쓰지만 화장실까지는 분리하기 어려워, 매번 소독하는 게 꽤 번거로웠으므로 그게 나았다. 덩달아 동생도 2주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친한 친구들에게도 상황을 알렸다. 사실 약속이 있어 취소해야 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쳐도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이런 시기에는 굳이 힘주어 말하지 않으면 서로가 어떻게 사는지도 알 수 없게 되므로.
이제 남은 일은 2주 살짝 덜 되는 시간을 혼자 잘 보내는 것뿐이다. 평소라면 어렵지도 않을 일인데, 지금은 어쩐지 도전으로 다가왔다. 당시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게 한동안 이어지면서 평소보다 마음이 많이 무너져 있는 상태였다.
원래 그렇게 스트레스에 취약한 편은 아니다. 스트레스받을 일도 잘 없고, 있더라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내가 나를 키우며 살아온 게 벌써 몇 년인데. 속이 더부룩하면 소화제 먹고 설사하면 지사제 먹듯, 내 스트레스의 방향과 원인을 살펴 그때그때 적절하게 놀거나 쉬거나 정면 돌파하면서 그럭저럭 잘 해왔다.
물론 가끔은 그게 안 통하는 시간이, 그냥 괴롭기만 한 시간이 있다. 그럴 땐 그냥 받아들이는 게 편하다. 버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음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발치에 힘을 단단히 주어, 뼈아플 각오를 하는 것. 차라리 그렇게 마음먹는 편이 덜 괴롭다.
가장 문제는 그렇게 단단한 마음조차 품을 수 없을 만큼 약해져 있을 때다. 괴로워 허덕이는 시간이다. 하필 이때가 그럴 때였다. 잔잔하던 삶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스트레스를 어쩔 줄 몰라 괴로워하는 때. 작은 스트레스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태가 되어 있을 때. 이때 혼자 발이 묶여 있어야 하다니.
앞으로 2주,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철저히 홀로 보내는 시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