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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희 Jun 15. 2022

그러니 말할 것

존 맥그리거,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아버지가, 내  딸 하고 말하는데, 아버지의 모든 사랑이 그 두 단어를 말하는 목소리와 어조에 듬뿍 담겨 나온다. 아버지는 말한다. 내 딸아, 언제나 네 두 눈으로 보고 네 두 귀로 들어야 해. 세상은 아주 넓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쳐 버리는 것들이 아주아주 많단다. 늘 놀라운 것들이, 바로 우리 앞에 있지만, 우리 눈에 태양을 가리는 구름 같은 게 있어서 그것들을 보지 못하면 삶이 초라하고 지루해진단다. 만일 아무도 놀라운 것들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놀라운 것들이 존재할 수 있겠니?
존 맥그리거,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진심으로 감탄했던 것들을 꼽아보니 흔한 얼굴을 하고 있다. 봄의 새잎이나 저녁 노을, 오래된 나무, 여름 저녁, 밤바람, 좋은 사람과 보내는 평범한 시간. 놀라운 것들이 늘 우리 앞에 있으니 우리는 감탄만 하면 된다. 그 사실이 언제나 놀랍고 고마웠다. 우리 눈에 태양을 가리는 구름 같은 게 있어서 그것들을 보지 못하면 삶이 초라하고 지루해질 거야. 그러니 말할 것. 봄이 와서 좋아, 바람이 불다니 최고야, 네가 있어서 너무 기뻐. 숨기지 말고 말할 것. 아무도 놀라운 것들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놀라운 것들이 존재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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