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도 바닥에 껌을 뱉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지하철 바닥에. 지하철 안에서 붐비는 입구에 서 있다가 사람들에게 밀려 안쪽으로 들어가려는데 으응? 누가 붙잡는 것 같아 내려다보니 신발 바닥에 껌이 붙었다. 퇴근길 만원 지하철 안에서 신발 바닥에 껌이 붙다니. 젠장, 이라고 생각하려는 찰나에 요즘도 껌 뱉는 사람이 있나 싶어 어쩐지 피식 웃음이 났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껌을 열심히 씹다가 누가누가 멀리 뱉나 내기도 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정겨워졌다. 우물우물 껌을 씹고 단물이 빠지면 ‘푸!’하고 멀리 뱉기 놀이를 했었다. 그랬지. 그런 일도 있었지. 문득 신발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는 껌딱지가 귀여워졌다. 언젠가 내가 뱉었던 껌이 돌고 돌아 나를 찾아온 것일지도 몰라, 그런 신나는 상상도 했다. 좋아, 내가 잘 데리고 나가서 바깥공기 쐬어 줄게. 꼭 붙어!
이 마음이 어디서 왔냐면 어제 집에 꽂아둔 꽃에서 왔다.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라 꽃 한 다발을 사 갔는데 꽂아두고 보니 참 예뻤다. 그때 마음이 좋았어, 그래서 지하철 바닥에서 내 신발로 옮겨 붙은 껌딱지도 귀여워. 이게 내가 마음을 돌보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