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길에서,
어떤 아기 엄마는 유모차를 세우고 아기에게 초생달을 보여주었다.
어떤 남자는 술에 취한 여자 친구의 팔을 붙잡아 주었다.
어떤 부부는 뒷다리를 주면서 앞다리 값을 받은 거 아냐 라며 포장해 온 족발값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열여섯이나 열일곱 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들은 개새끼야,를 주고받으며 무단횡단을 했다.
나는 개새끼들 존나 보기 좋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두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병이라고 생각하면서 모두를 보며 웃었고 친구를 만나 취했다. 우리는 중요한 것들만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의 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억지로 마음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안 좋은 데 좋은 척, 좋은 데 안 좋은 척하지 않기로 했다. 솔직한 게 더 곤란을 준대도 그냥 그러고 싶었다. 있는 마음을 없는 척하기도, 없는 마음을 있는 척하기도 싫었다. 나는 우리의 결론이 꽤 마음에 들었다. 굽었던 어깨가 살짝 펴졌다. 가슴은 더 활짝 펴진 것 같았다. 그냥 그러기로 했을 뿐인데 마음이 벅찼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간다. 벅찬 마음도 흘러가겠지. 그래도, 모든 것이 예외없이 흘러가버리는 건 아니다. 어떤 결심은 남고, 어떤 장면도 남는다. 그러고나니 지나가는 개새끼들, 모르는 사람들까지 존나 다 보기 좋았다. 사랑스러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
다 아름다워.
대단히 취한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