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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희 Jan 06. 2023

나의 브런치 친구들에게

우리 사실 얼굴도 모르지만 저는 여러분에게 특별한 애정을 느낍니다. 처음 브런치 시작할 때 무척 설레면서도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해 줄까 자신이 없었어요. 자신이 없어서 열심히 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예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고 고치고 다듬었어요. 벌써 일 년쯤 되었는데 돌이켜 보니 그 시간들도 퍽 좋았습니다. 누군가 좋아요를 누르면 흰 알람이 뜨는데 그렇게 알람이 쌓이는 일이 신기했습니다. 친구가 한 명씩 느는 것도 신기했고 모르는 누군가의 댓글은 뭉클했습니다. 나를 모르는데도 내 글이 좋았다고 말해준 여러분이 있어서 뭉클하고 신났습니다.

그렇게 다듬은 글들을 엮어서 책을 내게 되었으니 여러분의 덕입니다. 책으로 내며 한 번 더 다듬고 브런치에 올리지 않은 글들도 넣었습니다. 책을 준비하면서 저는 여러 번 여러분 생각을 했습니다. 뭐 하고 있을까, 어떤 사람일까, 최근에 제일 속상한 일은 뭐였을까. 저는 말하는데 여러분은 말이 없으니까요. 저에게 여러분은 미지입니다.

위로가 되었다는 말이 가장 좋았는데 그러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셀 수 없이 많은 순간 저 역시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위로라는 말이 요즘엔 값어치 없게 취급받기도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위로는 싸구려가 없어요.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 좋은 마음, 다정한 마음에 왜 싸구려라는 말을 붙이는 걸까요.

싸구려 위로라는 말로 위로를 모욕하고 싶지 않아요. 사는 게 별 거 없어서 마음을 주고받으며 서로 일으키고 살면 그것으로 되는 것 아닌가 저는 생각을 합니다. 대단한 행복, 대단한 성공 그런 거 말고 작은 마음 주고받으면서 고개도 넘고 추위도 견디고 그런 게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짧은 꿈같은 무지개, 그래도 살다보면 가끔 무지개도 만나고

문득 너무 괴로운 어떤 날 요시모토 바나나의 <달빛 그림자>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큰 위로가 되어서 다 읽고도 한동안 꼼짝 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나만이 아니라는 것,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 결국 그 모든 일을 겪고도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인생이라는 것. 그래도 살다 보면 무지개처럼 짧게 빛나는 순간들이 꼭 있다는 것. 책을 통해 배운 이것들을 살아가면서 무척 선명하게 실감했는데 다행히 그래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위로라는 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 힘내, 이런 것만은 아니잖아요. 그냥 세계가 원래 그렇다는 게 그 자체로 위로가 되더라고요.

책을 내는 건 제 꿈이었는데 막상 내고 보니 뛸 듯이 기쁜 건 아닙니다. 이 역시도 지나가는 일이겠구나, 이상하게도 담담한 마음이에요. 그런데 그 담담한 마음이 좋더라고요. 또 한 번 느낍니다. 무엇을 이룬다고, 무엇을 쥔다고 행복한 게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틈틈이 순간순간 어느 때는 벅차게 행복했습니다.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저의 사소한 이야기가 만약 여러분께 닿아 잠깐이라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건 무척 기쁠 것 같습니다. 벅차게 기쁠 것 같아요. 결국 혼자서는 좋을 수 없으니까요. 좋은 건 늘 함께일 때니까요. 사랑과 감사를 담아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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