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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희 Jan 20. 2023

겨울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마루에 앉아서 밖을 보면 한밤중처럼 어둡다. 책을 읽거나 다른 짓을 하다 보면 한 시간 정도는 훌쩍 지나는데 일곱 시에도 여전히 어두워서 ‘아직도 어둡네.’하는 생각을 꼭 하게 된다. 십오 분쯤 되면 조금씩 밝아진다. 막 밝아오기 시작하는 하늘은 해가 질 때의 하늘과 비슷해서 가끔 한참 보고 있으면 저녁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요즘엔 일곱 시 이십 분쯤 머리를 감는데 머리를 감고 나오면 날이 환히 밝아 있다. 아침이구나, 그때 생각한다. 어제는 슬픈 꿈을 꾸었다. 친구가 나오는 꿈이었지만 친구는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가 전해준 이야기로, 사진으로, 꿈속에서도 친구는 그렇게만 나왔다. 나는 마지막에 그랬듯이 항상 너무 늦었다는 자책감에 정말 가슴이 아팠다. 가슴이 아프다는 표현은 정말로 진부한데 그래도 가슴이 아프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감정들도 있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고 나는 꿈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나? 하나도 다행스럽지 않았다.

눈이 내려 있었던 걸 밝아진 후에야 알았다. 집에서 나오는데 그때까지 눈이 내리고 있어서 빈손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우산을 들고 나왔다. 눈이 제법 쌓여 있어서 사박사박 밟으며 걸었다. 그건 기분이 좋았다. 눈다운 눈, 겨울다운 겨울. 아침부터 어떤 사람이 호빵을 먹으며 걸어갔다. 우유도 같이 마셨다. 그 모습이 활기차서 기분이 좋았다. 좋아진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

누군가 웃을 때 그 사람의 우는 마음도 생각한다. 누군가 울 때 다시 웃게 될 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이 한 갈래가 아니라는 것, 표정도 여러 갈래로 읽을 수 있다는 것, 그 점을 늘 잊지 않으려 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해야 할 때, 어쩌면 나를 이해해야 할 때도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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