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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희 Nov 09. 2022

좋은 것은 불현듯

Cody fry <photograph>

지금은 또 멀어진 어떤 이유 때문에 그저께는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 어제는 조금 나아지더니 오늘은 낙엽 냄새만 맡아도 마음이 벅차다. 어제보다 퇴근 시간이 빨라서, 지난밤에 잠을 잘 자서, 걱정했던 일이 생각보다 별일 아니라서 어떤 하나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작은 이유들이 조금씩 조금씩 쌓여 오늘은 퇴근길이 아름다워졌다. 아, 그 시작은 오후 네 시쯤에 찾아낸 플레이리스트 때문인 것 같아. photograph라는 노래를 듣자마자 단박에 마음에 들어서 가사에 귀를 기울이고 가사를 찾아 읽다가 조금 먹먹해졌는데 그렇게 움직이는 마음이 나는 좋았다. 순간순간의 아름다움들이 나를 구원해 준다. 그러니 작은 소리나 바람, 빛들도 허투루 여길 수가 없다. 살다 보면 지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때마다 번갈아가며 나를 일으켜 주는 작은 것들이 있다. 그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지.

언제나 가장 좋은 오래된 나무들

*만약 내가 초능력을 갖게 된다면 이 순간을 몇 시간이고 멈추고 싶어. If I wished myself a superpower I would make this moment last for hours.

이 가사를 보고 나도 그런 순간들을 겪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 가사를 보지 못했다면 나는 그런 순간을 살면서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potograph를 만나서 내 인생은 조금 더 좋아졌다. 마음을 열어, 내 안에 들어와. 마음을 열어두면 좋은 것들이 들어온다. 어김없이 그렇다. 언제든 좋은 것이 들어와 내 마음을 채워주어서 이 순간을 몇 시간이고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지금처럼.

그럼에도 이런 충만을 손꼽아 기다리지는 않는다. 손꼽아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니까. 다만 찾아와, 그때마다 놓치지 않으려고 마음을 슬그머니 열어둔다. 그래서 좋은 것은 늘 불현듯. 불현듯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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