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의 일기
매일 아침 딸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학교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준다. 오사카 벤텐초, 우리 집이 있는 골목의 초입에는 카야마 병원이라는 동네 내과가 있다. 카야마 병원 원장 선생님 출근 시간이 아이가 버스 타러 가는 시간과 비슷해서, 아침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선생님 옆을 씽씽 스쳐 가면서 ‘오하요 고자이마스’라고 씩씩하게 인사를 한다. 그러면 은테 안경에 흰머리가 듬성듬성한 선생님도 빙그레 웃으시며 ‘오하요 고자이마스.’
아이를 학교 버스 타는 곳에 내려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다 보면 원장 선생님이 병원 앞에서 진료 시간이 쓰여 있는 간판이라든가 병원 문을 열심히 닦고 계신 것을 보게 된다. 병원 앞 도로를 빗자루로 쓸고 계실 때도 있고 꽃 화분에 물을 주고 계실 때도 있다. 오늘은 걸레를 들고 창문을 닦고 계셨는데, 자기 몸만큼 큰 란도셀을 등에 매고 노란 모자를 눌러쓴 반바지 차림의 동네 초등학생 둘이 ‘오하요 고자이마스’하고 입을 맞춰 선생님께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선생님도 아이들 쪽을 돌아보며 나와 딸아이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정하게 '오하요'.
저 아이들도 카야마 병원 단골이구나 싶어서 웃음이 났다. 콧물을 줄줄 흘리며 아, 하고 입을 벌려 편도선을 보여줬을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했다. 윗옷을 가슴까지 끌어올린 아이들의 배에 청진기를 대고 귀를 기울였을 선생님의 모습도 상상했다. 저 녀석들은 몇 년째 단골이려나. 선생님은 아이들이 지나간 후에도 잘 보이지 않는 문틈 구석구석까지 걸레를 들고 꼼꼼히 닦으셨다. 그 순간 애정 어린 손길이란 저런 거구나 생각했다.
하나로 묶여서 흔하게 쓰느라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지 못했는데 ‘애정이 어린다’는 말이 참 예쁘다. 애정이 어려, 아른거려, 너랑 나 사이에 애정이 머물러서 우리 둘 사이에 애정이 어려.
귀찮지도 않은지 아침부터 병원 여기저기를 꼼꼼히 돌보는 선생님 손에 애정이 어려있다. 아이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선생님의 눈에도 애정이 어렸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골목을 지나는 내 마음에도 애정이 어린다. 이 동네가 점점 좋아진다.
애정 어린 손길, 애정 어린 눈빛, 애정 어린 인사말. 새로울 것 없는 말들도 어떤 때는 마음을 울린다. 애정이 어려 지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