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의 일기
지난해 가장 도전적이었던 일은 유카타를 입고 동네 마쯔리에 갔던 것이다. 실은 좀 멋쩍었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입어보겠나 싶어서 용기를 냈다. 유카타를 입고 마쯔리가 열리는 큰 사거리로 걸어가는데 작은 골목 여기저기서 유카타를 입은 사람들이 꽃처럼 나비처럼 하나 둘 나타났다. 비슷하게 차려입은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방향으로 걷는데 사거리에 가까워질수록 축제에서 뻗어 나온 열기와 흥분이 분명해져서 나도 모르게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걷느라 흐트러진 머리핀을 다시 꽂고 축제의 무리에 섞이며 나는 용기를 내는 게 무척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특별한 일 아니더라도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참 많다. 아주 평범한 순간에도 때로 용기가 필요한 건 내가 그만큼 작아졌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용기를 내야 할 때 용기를 낸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칭찬해 줘야 한다. 예쁘다, 잘한다, 괜찮았다, 하면서.
지난 한 해도 괜찮았다. 혼자 이마를 치며 후회한 일도 많았고 몇 가지 일들을 해내며 실망한 적도 있었다. 너무 괴로운 일도 있었고 물론 기쁘고 즐거운 때도 많았다. 어떤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했고 아직 해결해야 할 일들도 남아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았다. 나는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있고 나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그런 노력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부질없거나 가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나의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의 나에 대해서 자신은 없다. 지금 믿을 수 있는 만큼만 믿고 가는 것이다.
용기를 내야 할 때, 내가 용기 낼 수 있도록 등을 두드려주는 것은 사랑이다. 우리의 주위를 감싸고도는 사랑, 그 속에 새겨져 있는 이름들. 그 이름들이 있어서 용기를 내고, 용기를 낸 나 자신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줄 수 있었다. 당신의 주위를 감싸고도는 이름 중에도 나의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의 이름으로 당신이 용기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한 해였었다면 좋겠다. 그렇게 서로의 주위를 환하게 밝혀주는 의미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