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누군가 하천가의 다리 위에서 밑을 오래 쳐다보길래 나도 함께 서서 쳐다보았다. 물 흐르는 소리가 있었고 어두운 물 위에 불빛이 조금 비쳤고 물 안쪽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그것뿐이었는데 저 아이는 무얼 본 걸까. 나는 궁금해서 그 아이 쪽을 흘끔거리며 밑을 다시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결국 포기하고 내가 자리를 뜰 때에도 그 아이는 꼼짝없이 다리 난간에 기대고 몸을 숙여 밑을 보고 있었다. 너무 오래 바라보지 마, 어두운 수면 같은 것 너무 들여다보지 마, 나는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물고기들 중에 아주 특별한 물고기가 있어서 누군가 쏘는 눈빛 같은 것을 읽고 홀린 듯이 물살을 거슬러 올라와서 반짝 등을 물밖으로 내밀어 주면 좋겠다. 어둠 속에서 반짝, 빛나는 물고기의 등이 그 아이의 허공을 깨 주면 좋겠다. 때로는 지지 않은 꽃 한 송이에게도 구원을 받는 거니까.
아침에 눈을 떴는데 어젯밤 하천에서 본 그 아이 생각이 났다. 봄밤이었는데 어두운 다리 위에 몸을 기댄 채 돌아설 줄 모르던 그 마음이 어딘가에 무사히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멀리서 작게 기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