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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희 May 16. 2022

빛도 그늘도 나답게

작별의 노래

행복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불행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얼굴을 갖고 있지 않다. 때로 불행의 얼굴은 타인이 정해주기도 한다. 이런 일을 겪었으니 이럴 거야, 저런 일을 겪었으면 저렇겠지, 어쩌면 불행의 얼굴은 타인이 정해주기 때문에 우리의 불행이 더욱 불행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얼굴을 갖는 것, 내가 불행을 이겨내는 방법은 내 얼굴로 불행의 터널을 지나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택했다. 남편을 잃었으니,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니, 남들이 그럴 것이라고 짐작하거나 단정 짓는 대로가 아니라 그때그때 나만의 얼굴을 만들어서 나만의 표정을 지으며 가야 이 길을 잘 지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 사람들이 내게 그들이 짐작한 불행의 얼굴을 기대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다. 그들이 짐작하는 불행의 얼굴을 보여 줘야 하는 건가 헷갈린 적도 있다. 그렇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의 불행이 나에게 어떤 표정을 줄지, 내가 어떤 포즈를 취할지 그런 것은 내가 결정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불행의 얼굴을 짐작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시간 나는 불행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려고 했다. 죽음에 대해서는 아주 오랫동안 생각을 했다. 그랬더니 이제는 죽음이라는  그렇게 두렵고 슬픈  같지 않다. 그럴듯하게 나와 발맞춰 길을 가는 친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죽음과 이만큼이나 가까워지다니 시간의 힘이다. 많은 순간 우리는 타인의 시선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그런 생각에 갇혀서 자기의 인생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불행한 순간조차도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그런 생각에 갇혀서 더욱 불행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긴  어떻게 . 보고 싶은 대로 보겠지. 그러니 너무 개의치 , 그건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우리의 영역은 우리가 어떻게  것인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정도까지야. 아주 분명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건 그건 우리 영역 밖의 일이야. 영역 밖의 일로 너무 마음 졸이지 마.

나의 불행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마주하는 게 두려울 때가 있다. 거꾸로 내가 위로를 건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솔직히 번거롭기도 하다. 그러나 다행히 그 마음의 선의가 언제나 더 먼저 내 마음에 닿아 마음속에 원망이나 미움보다 고마움을 더 크게 들일 수 있었다. 함께 아파해 준 모두 두고두고 고마울 것 같다.


그리고 불행의 터널을 하루치만큼 더 걸어온 오늘도 타인의 시선으로 인생을 살지는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나의 표정, 내 마음의 빛과 그늘은 내가 만들어 가고 싶다. 빛도 그늘도 나답게 만들어 가고 싶다.


2019.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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