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선희 May 14. 2022

길에서 닮은 사람 만나면

월요일부터 열 시에 퇴근하질 않나 요즘 뇌를 너무 많이 썼더니 머리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조만간 머리 큰 미녀로 거듭날 듯. 토끼 간처럼 뇌를 꺼내서 숲 속 바위 위에 널어놓고 달빛에 맑게 씻고 싶다. 어제는 길을 가다가 오사카 우리 동네 목욕탕에서 자주 만나던 아주머니와 꼭 닮은 사람을 만났다. 너무 말라서 흔들거리던 그 걸음걸이까지 꼭 닮았다. 아주머니는 항상 목욕하기 전에 등을 공처럼 구부리고 소파에 앉아 담배를 태우셨다. 툭 불거져 나온 아주머니의 등뼈, 비쩍 마른 그 등에 아주머니의 고단한 하루가 비쳤다. 눈이 마주치면 ‘곤방와’하며 웃어 줬는데 그 설핏한 웃음이 오래 남아 지금도 기억이 난다. 마주 보고 웃었는데도 꼭 옛날 그림을 보는 기분이었지. 간혹 세상에 꼭 닮은 사람들이 있어 길에 서서 흠칫 놀란다. 가까워질수록 닮지 않은 구석들이 보여 아니구나 하며 스쳐 지나가는데 애틋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어제의 그 아주머니처럼, 낯선 사람에게도 애틋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구부러진 등으로 기억되는 사람도 있다. 지나다가 나랑 꼭 닮은 사람을 만나거든 애틋하게 생각해 줬으면 해. 그리고 숲에서 만나. 같이 뇌를 널어놓고 숲 속에서 바람을 쐬며 흥얼거리자.

매거진의 이전글 형편없다는 소릴 들어도 발끈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