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평지의 길가에 있는 전원주택에서도 살아보고 산 중턱에 있는 전원주택에서도 살아보고, 산 꼭대기에 있는 전원주택에서 살아보는 중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평지로부터 3km 정도 산속으로 올라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 3km 중 마지막 300m는 자동차 기어를 1단으로 놓고 올라와야 할 만큼 가파르다. 이 가파른 길은 분명 겨울에 많은 불편함을 줄 거라고 각오는 하고 있었다.
그렇게 각오를 하면서까지 이 집에서 살게 된 이유는, 단연코 눈앞에 펼쳐지는 '뷰' 때문이었다. 주변에 다른 전원주택들도 세 채 정도 있다. '주변 집에 사시는 분들도 계속 여기서 사셨는데 우리가 살지 못하란 법도 없다'는 식의 호기로움을 억지로 부린 것도 모두 '뷰'때문이었다.
남편이 이 집을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집에만 머무는 내가 집에 있는 내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 집에 머무는 동안은 "너무 좋다" 하는 말을 계속 반복하며 지내고 있다. 남편은 집에 있고 싶어서 "출근하기 싫다"는 말도 자주 하게 되었다.
집이 거의 산꼭대기에 있기 때문에 거실창으로만 봐도 산수화처럼 뒤로 갈수록 색이 옅어지는 산들이 눈앞에 겹겹이 보인다. 가을이 깊어지면 따로 단풍 구경 가지 않아도,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또 겨울이 되면 눈 내리는 풍경도 정말 정말 아름답다.
전원주택은 집들이 주로 산 가까이에 있다 보니 건물들끼리 붙어 있는 도시보다는 많이 시원하다. 물론 요즘 같은 폭염 때 한낮엔 여기가 산속이긴 한 건가 싶을 만큼 덥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도시보다는 기본적으로 5도 이상 기온이 낮다.
산속 전원주택의 밤공기는 아주 차가워서 창문을 열고 자면 싸늘함 때문에 한 여름에도 자다 깨서 창문을 닫고 자는 날이 많다.
여름엔 덜 더운 아침이나 해 질 녘에 개들과 산책을 한다. 근처에 집이 몇 채 없기도 하지만 올라가는 길이 심하게 가파른 탓에 사람들이 전혀 다니지 않는 산고개들이 있다. 그런 곳을 발견하면 마치 우리 가족만의 산책 코스인 것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써니네 가족이 산속 집으로 이사 왔을 때는 봄이었는데 개들과 산을 오르다 보면 꽃씨들이 저절로 퍼져 피어난 꽃들이 카펫처럼 드넓게 펼쳐져 있어서 정말 아름다웠다.
또 산을 올라가다 보면 작은 개울도 있어서 산책에 지친 반려견들이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반면 산책할 때마다 개들이 그 개울물에 뛰어들어 첨벙거려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개들의 상태가 엉망이 되어버리는 건 단점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런 지저분한 모습으로도 개들의 표정만은 마냥 행복하기만 했으니 그 모든 것이 다 장점으로 귀결된다. 산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멋진 하늘, 아름다운 노을을 산책할 때마다 볼 수 있다는 건 그저 선물 같았으니까.
전원주택의 장단점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 그런데 같은 전원주택에서 산다고 해도 사람마다 느끼는 장단점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많이 간과된다. 어떤 사람에겐 장점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다른 사람에겐 단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집 주변에 다른 전원주택들이 있습니다'라는 정보가 있다면, 솔직히 나 같은 사람은 단점에 속하는 정보라고 분류한다.
나는 전원주택의 장점 중 가장 큰 것이 주변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에겐 주변에 다른 전원주택이 있다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껏 살아본 전원주택들은 이웃한 전원주택과의 거리가 최소 50M는 확보된 곳이었다.
현재 살고 있는 전원주택이 이웃과 제일 가까운 편에 속한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살 집 주변에 다른 전원주택이 없으면 무섭고 외로워서 싫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내가 장점이라고 느끼는 부분들을 어떤 분들께선 단점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전원주택 마당 빨랫줄에 빨래를 말릴 수 있다는 것은 주부들이라면 모두 장점이라고 생각할 거다. 지금의 산속 전원주택으로 이사 오기 전엔 평지의 길가에 있는 전원주택에 살았었다.
길가에 있는 전원주택은 차를 몰고 나가기도 편하고 주차하기도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길가인 만큼 겨울에도 면에서 도로의 눈을 치우기 때문에 따로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렇게 길가에 있는 집이라서 편리한 장점이 많았던 것에 비해 집이 길가에 있는 만큼 차들 지나가는 소리가 꽤나 크게 들려 창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다는 것은 커다란 단점이었다. 또 다른 이유로 창문을 열어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먼지 때문이었다. 지나가는 차들 때문에 먼지가 많다 보니 마당에서 빨래를 말리는 건 시도조차 할 수가 없었다.
빨래를 말린다기보다는 오히려 빨래에 먼지를 묻히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햇살 좋은 남향 전원주택에 살면서도 빨래 건조기를 사용했었다.
산속에 있는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지금은 먼지 걱정은 하지 않는다. 맑은 날엔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들을 마당 빨랫줄에 널곤 한다. 한두 시간만 지나도 아주 바짝 마른빨래를 하나하나 걷으며 보송한 기분을 느끼는 건 확실히 산속 전원주택의 장점이라 하겠다.
전원주택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겨울철 난방비가 많이 든다는 거다. 물론 최근에 지은 전원주택들은 단열에 신경을 많이 써서 아파트처럼 따스하게 지내도 난방비가 얼마 안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지은 지 오래된 전원주택의 경우 그렇게 단열이 잘되는 집을 찾기는 진짜 어렵다.
단열이 잘 되지 않는 집에서 아파트에서처럼 아주 따뜻하게 난방을 하게 되면, 난방비가 정말 정말 많이 나온다.
도시에서는 난방이 도시가스 하나로 통일되어 어디로 이사 가도 사용에 불편이 없지만 전원주택은 건축주의 선택에 따라 난방종류가 다양하다는 것도 단점에 속한다.
기름 난방, 가스난방, 심야전기 난방, 지열 난방 등등 난방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이사했을 때 그 난방기기 사용에 익숙해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난방도 도시가스로 난방하는 것보단 비싸기 때문에 전원주택 사시는 분들이 보조 난방으로 난로를 많이 사용하는 거다.
우리는 화목난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겨울이면 장작이 필요했다. 통나무로 살 수도 있고 통나무를 절단만 해주는 절단목을 살 수도 있고 절단목을 쪼개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쪼갬목을 살 수도 있다.
같은 금액일 때 통나무로 사는 게 제일 양이 많고 사용하기 편리한 쪼갬목일 때 제일 양이 적다. 남편과 내가 40대 때일 때는 통나무를 사서 직접 전기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쪼개는 작업을 함께 해서 장작을 만들곤 했었다.
아파트에 살았으면 안 해도 되는 일이었겠지만 남편은 겨울에 난방, 불멍의 낭만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런 일들을 억지로 해야만 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조차도 낭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남편이나 내가 50대 중후반이 된 요즘은 돈을 더 주고 절단목과 쪼갬목을 적절히 섞어서 주문한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난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편의 지인분이 공짜로 통나무를 가져다주셨는데 작업하던 포클레인의 위치를 바꾸는 중에 인터넷선이 끊어지고 말았다. 도시에 살면 여러 인터넷 업체 중에 조건을 골라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산속에 있는 전원주택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고 오직 kt만 설치가능하다. 그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겠다.
'고장 신고를 하면 늦어도 다음 날엔 kt 기사님이 와주시겠지' 생각했는데, 주말을 지나고 다음 주 화요일이 가장 빨리 올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인터넷 선이 끊어진 날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없는 삶을 살았다.
나는 집에만 있는 사람이라 와이파이를 사용하면 되니까 요금제도 저렴한 걸 선택했었는데 그랬던 탓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도 적었고 인터넷이 끊기면 TV도 나오지 않는 시스템이어서 TV도 못 보고 유튜브도 못 보는 삶을 강제적으로 며칠 살아보게 된 경험이었다.
잡초와의 전쟁이 전원주택의 단점이라고들 많이 얘기한다. 하지만 마당 잔디에 풀 한 포기 없어야 하고 화단에도 풀이 없이 깨끗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그건 전혀 단점이 되지 않는다. 남편은 마당 잔디에 있는 풀을 하나하나 뽑기보다는 풀들이 자라서 세력이 커지기 전에 자주자주 잔디를 깎는 것으로 마당 관리를 한다.
난 내가 하고 싶을 때만 화단 관리를 한다. 물론 꽃들을 위해서는 수시로 풀들을 뽑아 줘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꽃들보다 잔디보다 우리 자신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되 만족할 만큼 정리하지 못해서 꽃들 사이로 혹은 잔디 사이로 풀들이 보이더라도 그걸 보며 스트레스받지는 않게 되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있고 싶을 때만 마당에 나가 화단에 있는 풀들을 뽑는다. 화단에 있는 꽃들을 위해 화단 관리를 한다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보고 싶은 꽃을 보기 위해 화단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나 나나 전원주택에 살면서도 잡초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는 않는다.
차는 타기 위해 있는 것이고, 집은 살기 위해 있는 것이니까.
나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것들을 보기 좋게 하려고 너무 노력하며 살면서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는 거고 그것이 전원주택의 단점이 되지도 않는 거다.
산꼭대기에 있는 전원주택의 단점만 얘기해 볼까?
산꼭대기에 있는 전원주택에 살면, 도심에 사는 것에 비해 병원도 멀고 마트도 멀고 문화시설도 멀다.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자동차에도 무리가 가고, 택배 차가 제때 오지 않을 때도 많다.
겨울철 눈이 많이 오는 것에 대비해 자동차 트렁크 안에 성능 좋은 아이젠을 준비해서 다녀야 한다. 눈이 오면 평지에 차를 놓고 아이젠을 착용한 후 걸어서 집까지 와야 하고 다음날 출근하기 위해서도 또 아이젠을 착용하고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야 한다.
산꼭대기에 있는 전원주택에 살면 우체통이 집의 대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까지 올라오는 길의 가파르지 않은 지점쯤에 있는 전신주에 매달려 있다. 겨울철 눈 때문에 집배원분이 집까지 올라오실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아예 산꼭대기에 있는 전원주택들의 우체통을 전부 평지 한 곳에 조르륵 달아둔 것이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단점이 있겠지만, 전원주택에 살면서 겪게 되는 것들을 모두 문제라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문제없는 날이 없을 거다. 그렇게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들이 전원주택의 단점이라고 느껴진다면 전원생활이 즐거울 수도 없을 거다.
전원주택에 살면서 많은 일들을 겪겠지만, 그 일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지나 만나게 되는 즐거움들을 미리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누군가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누군가는 경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모든 걸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최선의 방법을 찾으면서 살아가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집엔 장단점이 존재한다.
단점이 있음에도 그걸 이길만한 장점들이 있다면 거기서 사는 거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누구는 장점이라고 느끼는 부분을 다른 사람은 단점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기준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집을 찾아보고 선택하거나 혹은 직접 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