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를 해야 한다.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란 문학, 철학, 사학, 물리학, 수학, 음악, 미술 등 순수 학문을 공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학문을 입으로 삼는 연구자나 교수 같은 사람들처럼 많은 시간을 들여 깊이 공부를 하라는 게 아니다. 공부의 수준과 목표는 각자 자유롭게 정해도 되고, 단지 교양을 쌓는 정도의 공부여도 좋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인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공부들은 우리의 지식 체계를 풍요롭게 해 주고 생각하는 법을 길러 주며 더 나아가서는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까지 고민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호흡이 끊어지면 살 수가 없듯이 끊임없이 손에 놓지 않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넓이와 깊이를 재는 것은 나중 문제이다. 길게 오래 넓게 하는 공부야 말로 우리의 의식을 넓히고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게 해 준다.
"중국 춘주전국시대 말년에 사광이라는 유명한 악사가 있었다. 사광은 앞을 보지 못했지만, 실력이 뛰어나 그가 악기를 연주하면 새가 입에 물고 있던 모이를 떨어뜨릴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음악뿐만 아니라 군사, 정치, 외교 등 다양한 방면으로 지혜를 갖춘 인재였다. 진나라 왕 진평공은 이런 사광의 재주를 아껴서 가까이 두고 스승이자 친구처럼 대했다. 하루는 진평공이 사광과 이야기를 하다 이런 말을 했다.
"내 나이가 이제 일흔이 넘었으니, 배우고 싶어도 나이가 많아 너무 늦었구나." 이 말을 들은 사광이 말했다.
"날이 저물었으면 촛불을 켜면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듣건대 소년이 배우는 것은 해 뜰 때의 별빛과 같고, 장년에 배우는 것은 한낮의 햇빛과 같으며, 노년에 배움은 촛불의 밝음과 같다고 했습니다. 촛불이 밝은데 어둠이 어찌 함께 하겠습니까?"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얘기를 해주는 것 같다. 물론 젊었을 때 배우는 것만큼 (점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가 다가와서) 효과가 없을지 모른다. 젊었을 때의 배움이 지식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이라고 한다면 늙어서의 배움은 닳고 닳은 둥근돌을 차분히 적시는 정도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지식의 습득 차이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배우고자 하는 마음가짐이야 말로 어두운 인생길을 넘어지지 않고 갈 수 있게 하는 한 줄기 촛불과도 같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니,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일반적인 대화 양상에 비추어 보면 결론 없이 대화가 끝나 버렸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결되지 않고 끝난 문제, 이것을 '아포리아'라고 한다. 그리스어로 '통로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에게 중요한 것은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었다. 즉 우리가 무심코 말하는 생각,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문제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기에 답을 찾든 못 찾든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면서 답을 구하려는 '의지'가 더 해졌을 때 거기서부터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고 보았다. 길문을 던짐으로써 스스로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게 배움의 시작인 것이다."
인생에 답이 있던가? 우리는 늘 길 위에 있다. 시작과 결론을 모르는 인생이라는 길 위에 서있다. 늘 나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근원적인 물음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 답을 못 구해도 그렇게 해야 한다. 종착역에 못 가고 길 위에 있는 인생처럼.
배움에는 끝이 없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나 어떤 상황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
그러나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책에 읽히지 말라라고 말씀하신 법정스님이 글귀처럼 배움에 대한 지나친 갈증으로 배움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배움에 마침표는 없다.
그러나 배움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쉼표는 필요할 것 같다.
배움은 단순히 지식을 쌓은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배움을 통해 성장과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배움에는 지식을 쌓는 것 또는 지혜를 얻는 것도 있다. 이쯤에서 다음 노자의 말을 빌어 지식과 지혜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