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답게 살기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주제는 늘 우리에게 따라다니는 과제이고 정답이 없는 물음이다. 그리고 이십 대, 삼십 대, 사십 대 등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그 물음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쉽지 않은 명제를 저자 유시민은 자기가 살아온 경험과 그동안의 신념을 가지고 담담히 써 나가고 있다.
저자는 많이 알려졌듯이 투쟁적인 대학생활을 보냈고, 출판사에서 편집일하고, 방송 진행, 보좌관,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의원까지 지낸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흔히 우리가 얘기하는 진보주의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만큼은 그는 진보주의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보수주의를 비판하지도 않는다.
도덕을 설교하거나 무슨 주의나 이론을 피력하지도 않는다. 누구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자기 자신의 지난날을 냉철하게 통찰하고 성찰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그려나간다.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과 함께 어떻게 죽을 지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지를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존엄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스스로 목숨을 결정하는 걸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와 이 세상을 삶답게 살아가는 인간의 마지막 선택을 중요시한다.
저자는 삶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일, 사랑, 놀이 그리고 연대가 잘 어우러진 삶이 진정 잘 사는 삶이라고 주장한다.
일과 놀이와 사랑만으로는 인생을 다 채우지 못한다. 그것만으로는 삶의 의미를 온전하게 느끼지 못하며, 그것만으로는 누릴 가치가 있는 행복을 다 누릴 수 없다. 타인의 고통과 기쁨에 공명하면서 함께 사회적 선을 이루어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연이 우리에게 준 모든 것을 남김없이 사용해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그런 인생이 가장 아름답고 품격 있는 인생이다. 공감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동선을 이루어 나가는 것을 나는 ‘연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연대가 이루어내는 아름답고 유쾌한 변화를 ‘진보’라고 이해한다.
나와 유전적으로 무관한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능력, 그들의 복지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자기의 사적 자원을 기꺼이 내놓으려는 자발성, 이 모두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재능이며 본능이다. 이런 이타적 본성, 공감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나는 연대라고 부른다. 연대는 일, 놀이, 사랑과 더불어 삶을 의미 있고 존엄하고 품격 있게 만드는 제4원소이다.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연대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지금 이곳의 행복이 그들의 것이리라!”(p.263~264)
이렇게 연대의 중요성을 어필하면서 나뿐 아니라 나를 포함한 모두의 공동체의 발전과 유대관계를 통해서 인간은 더욱 인간다워 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어떻게 죽고 싶은지에 대한 얘기를 열거한다. 마치 유언장 같기도 하다. 누구보다 저자는 삶에 대한 열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죽을 때도 연대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보인다. 내가 살아온 흔적을 뒤돌아보며 이젠 어떻게 가야 하는 지도 생각할 때이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말이 이를 말해준다.
“더 진지하게 죽음을 생각할수록 삶은 더 큰 축복으로 다가온다. 죽음이 가까이 온 만큼 남은 시간이 더 귀하게 느껴진다. 삶은 준비 없이 맞았지만 죽음만큼은 잘 준비해서 임하고 싶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열심히 산만큼 아직 삶에 대한 열정이 많은 사람이다. 종국에는 자신의 지위, 명예, 부보다는 사회에 연대하며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보다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깊게 사랑하고 싶다고 어필하며 ‘지금 여기’의 소중함을 느끼고 최대한 열심히 삶을 살아가라고 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은 시점에 지난날을 깊이 성찰하고,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며 자신 안에서 우러나오는 내면의 깊은 소리를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다.
삶을 나답게 사는 것은 어떤 것인지, 나의 내면이 제대로 된 의미와 기쁨으로 충만한 인간이 되기 위해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봐야겠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한다. 나 역시 나 스스로의 생각과 잘못된 의지에 갇혀 헤맬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깊은 명제를 사색하면서 내 인생을 한층 깊이 있게 살아가는 원동력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