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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Nov 05. 2023

24 엄마 반성문

코칭하는 부모 되기

이유남 (2018), <엄마 반성문>, 덴스토리(Denstory)


저자는 강압적인 부모이자 선생님이었다고 고백하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전교 일등 아들이 고3이 되던 해에 자퇴를 선언한다. 아들에 이어 딸이 덧붙이는 말.

"잘~~나가는 오빠도 학교를 그만두는데, 덜~~나가는 나는 왜 학교를 다녀야 하죠?"

첫째의 자퇴 선언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둘째인 딸마저도 이런 말 뒷목 잡고 쓰러질 상황을 자초한다. 결국 탄탄대로로만 보이던 엄친아, 엄친 둘 다 자퇴를 해버린다. 저자 역시 그 당시에 잘~~나가는 선생님이었다. 각종 연수에서 1등을 휩쓸었고, 열정과 의욕에 넘쳐 학부모들에게 인정받는. 그런데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이후로 두 아이는 게임중독에 빠져 집안 꼴은 말이 아니었고, 저자는 스트레스로 세 번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고 교통사고에 두 번 대수술을 하는 등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낸다.


저자는 열심히 살아온 엄마이자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을 임원을 만들고 퇴근 후 공부와 숙제로 계속 다그치는 게 일상의 주된 일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TV 위에 손을 올려보고 따뜻한 정도에 따라 TV를 얼마큼 봤는지를 가늠하며 혼내는 그런 치밀한 엄마였다.

이렇게 감시하고 통제하는 엄마 덕분(?)에  아이들은 회장에 전교 1등을 유지한다.


'sksk', 즉, '시키면 시키는 대로'가  그 집의 법이었다고 우스개 소리를 늘어놓는다. 결국 아들은 공황장애와 딸은 자살을 시도하는 파국으로 치닿는. 그렇게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남편 사업까지 부도가 나서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는 상황에까지 몰리고 결국 지하 셋방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게임중독, 냉랭한 태도, 결국 딸의 자살소동까지 이르러야 저자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깊이 생각하기 시작한다.


얼마나 더 떨어져야 하는가. 정말 나락에 떨어진다는 건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진퇴양난 고통이 죄어오는 지경이 되었을 때, 비로소 저자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되돌아보며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기 시작한다.

자식들과 점점 멀어지고 죽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을 그때 만난 것이 코칭이라고 한다. 코칭을 만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자신이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한 자격 없는 부모였는지 깨닫는다.


가난한 집안에서 명문대를 가고 싶어 했고, 여의치 않아 2년제 교육대학을 들어가서 졸업 후 선생님이 되었다. 자신의 자식들은 자신처럼 키우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못 다했던 욕망과 꿈을 자식에게 투사하고 싶었던 전형적인 예이다. 고생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엄마로서 자식은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살게 하고 싶은 마음은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돌이켜보고 반성해 보니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본 적이 없음을 발견한다. 아이들이 아무리 잘해도 성에 차지 않아서 더더더를 외치며 주마가편처럼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가혹한 엄마로 변신한 것이다.


아이들의 관심사가 뭔지를 물어본 적도 없었다는 걸 알아차린다.

"너어떤 친구를 좋아하니? 꿈이 뭐야? 네가 좋아하는 친구는 누구지? 오늘 학교에서 뭐가 재미있었어? 너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해? 너희 선생님은 어떤 점이 좋아?" 등의 대화는 생전 해보 적이 없는 질문들이 되어버렸다.


여기저기 리더십 교육을 받고, 소통교육을 신청하고, 코치 자격증 등 각종 자격증을 따며 미친 듯 공부한다.

지금은 전국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부모와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자신이 자녀와 학생들에게 공부로만 들들 볶았던 사람이었던 걸 반성하고 무릎 꿇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자는 코치형 부모가 되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이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부모, 30분 이상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부모, 아이가 말할 때 눈을 맞추고 공감해 줘서 아이가 신나게 말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부모! 저는 그런 부모님들을 '코치형 부모'라고 하고 싶습니다."


코치는 네 바퀴 달린 역마차(stagecoach)에서 유래했고, 트레이너는 기차(trai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차와 기차의 차이점은, 기차는 정해진 목적지를 정해진 길로 가는 것이고 마차는 승객이 목적지를 정하고 가는 길도 승객이 원하는 대로 정하는 것이다. 길을 모를 때는 물론 마부가 승객을 돕는다.

그래서, 코칭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선택이고 선택은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가장 기본 요소라고 한다.

공부나 청소도 기쁜 마음으로 하려고 하는데 때마침 "제발 청소해라", "게임 좀 그만하고 공부해야지"라고 들었을 때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마 선택권을 빼앗겨서 일 수도 있다.


"전두엽이 활성화되면 학습도 인성도 해결이 됩니다. 원하는 일에 몰입할 때 분비되는 뇌신경 전달 물질이 세로토닌, 도파민, 엔도르핀, 다이돌핀입니다. 이런 물질들이 많이 분비되면 될수록 전두엽이 활성화되어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몰입은 전두엽의 용량을 업그레이드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파충류의 뇌가 발달하여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중략)

놀이 몰입의 기쁨은 '천연자연 뽕'에 해당하는 것이라 부작용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놀아야 할 시기에 놀지 못한 아이들은 점점 무기력해지며 학습 의욕이 떨어집니다."


모든 일을 시작하고 잘하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한데, 이 동기는 자존감에서 나온다. 자존감은 어려움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된다. 인정, 존중, 지지, 칭찬은 자존감을 살리는 핵심 요소이면서 코칭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코칭은 '너와 내가 같이 가자. 내가 너와 함께 갈게'라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결국, 부모도 자녀를 때로는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주기도 하지만 결국은 내가 너와 늘 함께한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


감정을 헤아려주고 함께 있어주고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것. 이건 꼭 부모와 자녀사이에서만 필요한 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관계들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향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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