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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May 07. 2023

02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독의 바다로


"독서가 당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요즘 코칭 공부를 하면서 '의미 묻기' 질문을 많이 한다.

"전 호기심이 많아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하지만 모든 걸 다 경험할 순 없잖아요.

간접경험으로 독서만큼 훌륭한 게 또 있을까요?"

독서가 나의 삶에서 왜 중요한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하는 대답이다.


호기심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과 심리구조가 알고 싶었고, 그리스 신화가 알고 싶었고, 시간관리, 동기 부여 방법도 알고 싶었다.

이것저것 알고 싶은 마음이 이 책 저 책을 사들이고 읽게 되었던 것 같다.


다독의 바다로 빠져들게 한 책은 앞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다치나바 다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라는 책이다. 그의 책에서 "지적 호기심"이란 말에 자극되었고, 그 자극이 1년에 100권 읽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다치나바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 서재

다치나바 다가시는 일본의 저널리스트로 폭넓은 분야에서 글을 연재하고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의 서재는 고양이가 그려진 독특한 디자인의 유명한 작은 빌딩이다. 거기서 수만 권의 방대한 책 속에서 연구하며 그의 지적호기심을 불태웠다.


그의 독서력은 실로 인간의 한계를 넘는 거대한 힘이다. 물론 모든 것을 무조건 많이 빨리 읽는다고 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장르에 따라서는 줄거리 위주로 읽어야 할 것도 있고, 어떤 책은 문구 하나하나 음미해야 할 것도 있고, 어떤 책은 대충 읽고 치워야 할 책이 있다.


책 읽는 방법으로는 음악적인 책 읽기 방법과 회화적인 책 읽기 방법이 있다고 한다.

한 음, 한 음 들으면서 차근차근 순서대로 읽는 책 읽기가 음악적인 책 읽기라면 사진을 찍듯이, 이미지로 책을 읽는 방법이 회화적인 책 읽기 방법이라고 한다. 음악적인 책 읽기에서 회화적인 책 읽기 방법으로 전환하면서 다독을 하는 것이 지식을 채워나가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한 가지 분야에서 약 3미터 정도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한다. 그가 주장하는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은 다음과 같다.


 1.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같은 테마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무리해서 읽지 말라.

 5. 읽다가 그만둔 책이라도 일단 끝까지 넘겨보라.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8. 가이드북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11. 새로운 정보는 꼼꼼히 체크하라.

12. 의문이 생기면 원본 자료로 확인하라.

13. 난해한 번역서는 오역을 의심하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 여하튼 젊을 때 많이 읽어라


다치나바의 독서법이 다 옳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 자신도 “책에 쓰여 있다고 해서 무엇이건 다 믿지는 말아라. 자신이 직접 손에 들고 확인할 때까지 다른 사람의 말을 믿지 말아라. 이 책도 포함하여”라고 강조한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서 다독과 정독이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아무리 책 욕심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다치바나의 독서량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독서 방향이나 독서법을 점검해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몇 년 전 "길상사"라는 절에 갔을 때 법정스님이 직접 쓰신 원고가 전시된 걸 봤다.

“책에 읽히지 말라”라고 쓰인 친필 원고가 눈에 띄었다.

좋은 책을 읽으면 그 좋은 책의 내용이 나 자신의 삶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법정스님의 말씀은 책으로 인한 사람의 변화와 성장을 말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칫 빠져들기 쉬운 것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에 읽히는 경우라고 한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책이 나를 읽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객이 뒤바뀌어 책을 읽는 의미가 전혀 없다.

이런 때는 선뜻 책장을 덮고 일어서야 한다.

밖에 나가 맑은 바람을 쏘이면서 피로해진 눈을 쉬게 하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기분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책에서 벗어나야 하고 또한 책이 나를 떠나야 한다.

표현을 달리하자면,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비로소 책을 제대로 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법정,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나는 책을 읽고 나면 엑셀에 간단히 목록을 정리한다.

제목과 저자, 읽은 날, 한줄평과 최고 다섯 개의 점수를 주는 별점.

나에게 다독이라는 세상을 열어준 이 책은 그 당시 몇 개의 별점을 주었을까.

아이러니하게 별 세개를 주었다.

저자의 무지막지한 독서량에 압도되어 범접할 수 없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나 1년의 100권 읽기라는 프로젝트를 실천하 되었고 저자의 지적 호기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났다.


어느 분야든 자신만의 효율적이 방법을 개발하고 보폭을 유지하며 걸어야 한다.

다치나바 다시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독서와 책에 읽히지 말라는 법정스님의 교훈사이에 균형 잡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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