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해.
여태까지는 엄마 자신과 주변의 기운이 바뀌는 '정화'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상상에 관한 이야기야.
그렇다고 정화가 끝난 건 아냐.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고만 알아 두렴.
아마도 정화란 살아있는 동안 평생 해야 할 작업이지 싶어.
더 나아간 정화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해줄게.
의식의 깨어남이 있었던 그날로 다시 돌아가보자.
정확히는 그 전날 밤으로 말이지.
나는 '2차 수술은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의사의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했어.
상상 속에서 나는 벅찬 마음으로 병원을 나서는 나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봤지.
내가 둘인가 싶어 이상하면서도 그대로 편안했기 때문에 기쁨을 온전히 누리며 푹 잘 수 있었어.
그런데 다음 날 그 일이 현실에서 똑같이 일어났던 거야.
아니지,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어.
의사의 말은 '2차 수술은 한 달 더 지켜보고 하는 걸로 날짜를 미룹시다'였으니까.
그런데 나는 그 말이 '더 이상의 수술은 필요 없습니다'로 들리더라.
3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날짜가 잡히지 않은 걸 보면, 근거 없던 내 확신에 내가 모르는 근거가 있었던 게 확실해.
상상이 이루어지는 경이로운 경험 이후 내 마음은 희열과 감동으로 가득 찼어.
진짜 되는구나 하고 말이야.
생생하게 상상하면 이루어진다거나, 종이에 원하는 걸 쓰면 이루어진다, 또는 말로 선언하면 이루어진다 등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봤던 이야기에 처음으로 신뢰의 싹이 텄달까?
그런 말들을 진심으로 믿은 적은 없었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경험한 바가 있으니 나는 이걸 어떻게든 탐구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단다.
상상하기, 글로 쓰기, 말로 하기, 이 세 가지를 모두 해봤어.
해보고 나서 이 셋은 모두 하나의 큰길로 접어드는 조금씩 다른 길의 초입이라는 걸 알았지.
이중에서도 글로 쓰기와 말로 선언하기는 초입 중에 초입이야.
내가 처음 백 번씩 백일동안 써본 선언문은 '나는 2025년까지 100억을 번다.'였어.
미래 계획 같은 걸 세워본 지가 오래되어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일단 부자가 되면 좋을 것 같아 고른 문장이었지.
적으면서 집중했고 적는 동안 기분은 좋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것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오더라.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내가 쓴 문장은 '나는 작가다.'였어.
오래전에 포기해서 그런 꿈이 있었는지도 잊었던 문장이 툭 튀어나온 거야.
써 놓은 글 한 줄도 없는 상태에서 말이지.
상상하기도 마찬가지였어.
지금은 명상을 하지만 그때는 상상을 했거든.
원하는 나 자신을 그려보는 상상을 '시각화 명상'이나 '심상화 명상'으로 부르기도 하나 본데, 그때 나는 명상의 명자도 모르고 무턱대고 상상만 했어.
넓은 한강뷰 아파트를 상상하고 거기서 생활하는 나와 가족들을 열심히 그렸지.
역시 좋았어.
그런데 하면 할수록 억지스럽고 점점 마음이 어딘가 불편해지는 거야.
또 내 것이 아니었던 거지.
상상을 멈추고 가만히 있어보니 내가 떠올린 게 아닌, 저절로 떠오른 장면이 펼쳐지더라.
그곳은 한강뷰 아파트가 아니라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주택이었어.
그 비전을 보면서 비로소 집에 돌아온 듯한 편안함을 느꼈어.
신기한 점은 나는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았는데 그 상상 속 주택의 정원에서 집에 돌아온 느낌을 느꼈다는 거야.
확언을 외치거나 중얼대는 방식은 방식 자체가 나와 맞지 않아서 거의 하지 않았어.
아무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도 하나의 길에 도달하게 돼.
'내 거다' 싶은 것만 늘어서 있는 진짜 내 길이지.
그리고 그 길을 자연스럽게 걷게 되는 거야.
삶을 바꾸기 위해 그토록 애를 써도 안 되던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내면의 안내를 받는 느낌이라고 해둘게.
결과는 너희도 알 거야..
2026년인 지금 내게 100억은 없어도 책 한 권이 나왔다는 사실을.
한창 나 자신을 실험체로 놓고 이 실험을 하는 동안 골몰해 있던 화두는 이거였어.
'왜 어떤 바람은 백 번을 쓰고 천 번을 말하고 수없이 상상해도 이루어지지 않고, 또 어떤 바람은 스치듯이 잠깐 떠올리기만 했는데 금세 이루어지는가.'
나는 계속 크고 작은 경험을 하며 데이터를 쌓았어.
뭐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던 처음의 기대감과는 달리, 어떤 일은 간절히 바라도 이루어지지 않고 어떤 일은 기대조차 안 했는데 해결이 되더구나.
우주가 나와의 밀당을 심하게 즐기더라고.
그 패턴을 알아내어야만 내가 태어난 이유도, 여태 살려 놓은 이유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앞서 말했던 '상상으로 하는 명상'을 그만두고 서서히 빛에 빠져들기 시작했어.
생각이 조금씩 비워지기 시작했던 거지.
그때부터 조금씩 명상 다운 명상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
깊은 곳에 있는 나 자신으로 가는 길을 찾아가게 되었달까.
그곳은 내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의식의 바깥 영역이었어.
어떤 용어가 적절할지 몰라서 그냥 무의식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무의식의 세계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뿐 아니라 현재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 등 모든 것을 저장해 두고 있더구나.
심지어 아직 살아보지도 않은 미래까지도 있어.
그 너머도 있지만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너희에겐 이미 어려울 테니 그건 훗날 얘기하자꾸나.
내면의 안내는 이 무의식의 영역에서 나오고 있었어.
분명 나의 일부인데 내가 아는 나가 아닌 훨씬 고차원적인 나라고 해야 적절할 듯해.
이루어지는 소망과 이루어지지 않은 소망 모두 이 고차원적인 내가 결정하고 있었는데 그건 나의 소명과 관련되어 있었어.
우선 소명에 대해 말하자면, 소명이란 이번 생에 우리가 걷기로 미리 약속한 길 같은 거야.
힘들고 거친 모험이라기보다 작정하고 즐기기로 한 설정이지.
그걸 즐기려고 태어났음에도 태어난 순간 황홀한 이 세계의 감각에 홀딱 반하면서 그걸 잊는 거야.
그래도 어떻게든 소명을 찾고 그 길로 들어서게 되면 앞서 경험한 모든 고난은 그저 제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이 되지.
한 마디로 고난은 죽으라고 주어지는 게 아니라 살라고 주어지는 거였어.
내 소명과 일치하는 소망은 금세 이루어져.
나는 지금 어떤 것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있는데 내 무의식은 무엇부터 해결되어야 다음 걸음으로 갈 수 있는지 알고 있거든.
아무리 바라도 이루어지지 않는 일은 나와 맞지 않는데 억지로 원하고 있거나, 아니면 지금이 때가 아니라서 미루어진 거야.
이루어지지 않은 게 아니고 미루어진 거라고.
그리고 그 '때'라는 것은 내가 끊임없이 행동하고 있어야 와.
이로써 행동에 앞서 정화가 필요했던 이유도 설명되지.
쓰레기를 치우고 땅을 고르게 다져놓아야 씨앗을 심을 수 있으니까.
상상은 그대로 두면 망상이 되지만 행동으로 옮기면 현실을 바꾸는 씨앗이 되거든.
간절히 바라고 노력했는데 안 됐을 때 절망에 오래 머물지 말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는 이유 역시 이거야.
언제 올 지는 몰라도 다음 성공을 위해서는 그 실패의 과정이 꼭 필요하거든.
물론 그 일을 겪을 때는 아프고 힘들지.
알지. 나도. 잘 알지.
그래도 믿고 그려야 해.
내가 원하는 나를 말이야.
마음으로 들어가는 길을 열 줄 알면 직감이 날카로워지고 직관력이 커져.
시도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알게 되고, 시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그게 필요했던 경험이라는 것도 알게 돼.
우연이고 랜덤인 줄 알았던 낱낱의 사건들 사이에 연결된 반짝이는 선을 보게 돼.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을 알게 돼.
우연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단다.
그럼 이제 눈을 감고 가만히 숨을 쉬어 볼래?
들어오고 나가는 숨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
한 번, 두 번, 세 번.
좋아. 아주 잘했어.
생각하지 말고 떠올려봐.
너 어디서 뭘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