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의 구독자가 가르쳐준 '진심의 에르곤(Ergon)'
금요일 오후, 불쑥 찾아온 감기몸살에 떠밀리듯 학교를 나섰습니다. 조퇴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무거운 몸을 침대에 뉘었지요. 세상과 단절된 채 얼마나 잤을까요. 화장실을 가려 눈을 뜨니 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8시간의 깊은 잠 덕분에 몸은 한결 가벼워졌고, 고요한 새벽 공기는 낮 동안 분주했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었습니다. 다시 눕기 전, 혹시 놓친 메시지는 없는지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어제 브런치에 올린 글에 달린 안태희 작가님의 댓글이 눈에 띄어 답글을 정성껏 달아드렸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안태희 작가님의 브런치 스토리를 방문했습니다. 마침 3월 16일자로 구독자 1,000명 돌파에 대한 감사 인사가 올라와 있더군요.
댓글 하나하나에 달린 작가님의 다정한 답글을 읽어 내려가며 깨달았습니다. 구독자 1,000명이라는 숫자의 비결은 화려한 글솜씨 이전에 독자의 마음을 귀하게 여기는 '정성'에 있었다는 것을요. 이제 겨우 110명의 구독자를 넘긴 저는, 그동안 소통보다는 내 글을 쏟아내는 데에만 급급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읽어 주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 그것이 바로 글 쓰는 이가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에르곤(Ergon, 기능)'임을 다시금 배웁니다.
작가님의 글 중 특히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우아하게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하여 - 몽테뉴 수상록과 노년의 지혜'라는 글이었습니다. 순식간에 글을 읽어 내려가며, 제가 고민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과 몽테뉴가 말하는 노년의 지혜가 결코 다르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 글 아래에 설레는 마음으로 이런 흔적을 남겼습니다.
안태희 작가님께 남긴 댓글:
"작가님, 따뜻한 걸음과 정성 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기능(Ergon)'이라는 철학적 키워드를 제 일상의 에피소드에서 함께 읽어내 주시는 혜안에 무릎을 탁 치게 되네요. 가끔은 완벽하지 않은 나사 하나가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하지만, 그 멈춤 덕분에 남편의 사랑도, 고전의 지혜도 더 선명하게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귀한 격려가 제 삶의 '행복한 청크'가 되어 주네요.
작가님의 삶 속에서도 오늘 '기분 좋게 기능하는' 탁월한 순간들이 가득하시길 응원합니다! 몽테뉴가 말하는 우아한 노년처럼, 저 또한 일상의 작은 나사들을 잘 조여 가며 나이 들고 싶습니다."
저는 이전 글과 이번 소통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능(Ergon, 에르곤)' 개념에 더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존재는 제 기능을 다 할 때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나사의 에르곤: 두 물체를 단단히 고정하는 기능을 다 할 때 그 나사는 탁월합니다.
인간의 에르곤: 이성에 따라 올바르게 행동하는 기능을 다할 때 인간은 비로소 행복합니다.
불량 나사 때문에 멈춰버린 트롤리가 '기능 상실'의 상태였다면, 남편의 도움으로 완성된 모습은 '기능을 회복'하여 탁월함(Arete, 아레테)에 이른 상태입니다. 이 과정은 마치 우리가 부족한 덕(Virtue)을 채워 행복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아래의 원칙들을 저 역시 매번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합니다. 때로는 바빠서, 때로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짧은 인사에 그치기도 하지요. 하지만 안태희 작가님과의 소통을 통해, 제가 지향해야 할 '소통의 북극성'으로서 이 다섯 가지 원칙을 다시 가다듬어 봅니다.
1️⃣ 연결의 청크(Chunk) 찾기 : 상대방이 남긴 댓글 중 가장 빛나는 키워드 하나를 언급하며 진심으로 읽었음을 표현합니다.
2️⃣ 하브루타(Havruta)식 질문 : 한 뼘 답글을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로 끝내어 대화가 계속 굴러가게 합니다.
3️⃣ 실천적 지혜, 에르곤(Ergon)의 공유 : 이 답글이 상대방에게 위로든 영감이든 어떤 긍정적인 '기능'을 할지 고민합니다.
4️⃣ 시각화(ThinkWise)하듯 선명하게 : 문단 나누기와 이모지를 활용해 내 진심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배치합니다.
5️⃣ 기다림의 인내, 적기(Timing)의 미학 : 내 마음이 맑고 평온할 때, 가장 '탁월한' 상태에서 진심을 건넵니다.
작은 불량 나사 하나에 멈춰 섰던 북트롤리 조립처럼, 감기몸살로 멈춰 섰던 저의 금요일은 안태희 작가님과의 소통으로 인해 비로소 '완성'되었습니다. 혼자 쓰는 글은 일기일 뿐이지만, 타인의 삶과 공명하는 글은 비로소 세상을 향해 굴러가는 수레가 됩니다.
우리는 때로 스스로 나아가지 못하고 더디 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먼저 내 안의 청크를 수리하며 인내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다 누군가의 따뜻한 '터치'가 닿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겠지요. 하지만 수동적으로 기다리지만은 않겠습니다. 필요하다면 당당히 도움을 요청하고, 나아가 제가 누군가의 헐거워진 마음을 조여 주는 '사랑의 나사'가 되어 주려 합니다.
새벽 1시, 몸살의 기운은 여전히 조금 남아 있지만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 개운합니다. 내가 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댓글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헐거워진 마음을 조여주는 '사랑의 나사'가 될 수 있음을 믿으며, 다시 기분 좋은 잠을 청해 보려 합니다.
오늘 밤, 제가 정성껏 조인 이 답글의 나사가 누군가의 삶을 다시 기쁘게 굴려가는 시작이 되기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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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사와 니코마코스 - 일상의 조각(Chunk)이 행복의 기능을 되찾기까지
(링크: https://brunch.co.kr/@sunnysea/368)
� 우아하게 나이든다는 것에 대하여 - 《몽테뉴 수상록》과 노년의 지혜 by 안태희
(링크: https://brunch.co.kr/@krpec/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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