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새로운 시작

학부모 준비기

by 쓰담

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다짐은 언제나 지금 우리의 현실을 충분히 즐기며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어느 날, 병마가 우리를 해할 지라도 지금의 일상을 담담히 살아내자고 늘 마음먹고 살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오다보니, 그래도 아이의 병을 안 지 5년의 시간동안 많이 무뎌지긴 했다. 먼 미래같기만 하던 지금이 오고 말았다. 5년 전만 해도 초등학생이 되는 모습이 차마 상상이 되지 않고 걱정 한가득이었는데, 다행히 아무 이벤트 없이 무던하게 초등학생을 준비하고 있다. 취학통지서를 받던 날은, 보통의 부모처럼 기뻐하였다. 우리 아이가 이만큼 커서 벌써 초등학생이 되다니, 라고 감격하면서.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한 첫번째 준비는 태권도 보내기였다. 혹시나 아이가 다치면 병의 진행이 빨리 올까 두려워 늘 신경이 곤두서고 조심조심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보통의 남아들은 초등학교를 가기 전에는 친구도 사귀고,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운동도 하라고 태권도를 보내는데 이것도 수백번의 고민을 하고서야 보낼 수 있었다. 평소에 어찌나 조심시켰던지, 아이는 태권도 해볼까? 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는다. 본심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걱정부터 하는 아이를 보니 평범한 일상을 담담히 살아가는 것은 실패했나보다. 나의 걱정이 아이에게도 이미 전염된 것 같다. 늘 조심하고 걱정하고 신체적 활동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니, 초등학교를 보내기가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첫 번째 도전인 태권도를 시작한지 보름이 지나가고 있다. 초등학교 앞에는 필수로 있는 태권도 학원에 다니기까지 얼마나 고민을 하고 걱정을 했던지, 그 흔한 태권도를 시작하면서 우리에겐 '도전'이라는 거창한 각오가 필요했다. 다행히 아이는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첫 도복을 입은 날, 친구들의 환호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지나가듯 아이들을 가로질러 앞으로 나아가서는 하얀띠를 수여받았다. 너무나 소중한 경험 덕분에 아이는 전보다 조금은 씩씩하고 당당해진 듯 보였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다칠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그 동안 내가 너무 아이를 제재하기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보다 아이는 잘 해내었고, 문제는 늘 아이가 아니라 나였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20명 남짓한 아이들과 안면을 터 두었으니, 학교에서 친구들을 쉬이 사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두 번째로 걱정되는 것은 단연 한글떼기였다. 7살이 되면 읽겠지 했지만 엄마의 개입 없이는 전혀 진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한글떼기 만큼은 보통의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걱정거리라는 생각에 내심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아이를 아무리 잡아대도 한글을 전혀 이해를 못하는 모습에 답답하기 그지 없다. 여름 즈음, 핸드폰 어플에 있는 한글게임 100일 이용권을 구매했다. 매일, 조금씩 하다보니 100일이 다 되었다. 다행히도 받침 단계까지 못갔지만 떠듬떠듬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되고부터 학습지를 시작했다. 한글을 떼고 나니 그 무엇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아마도 언제나 그렇 듯이, 아이는 생각보다 잘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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