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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이또이 Dec 01. 2021

아들아 그림 그리자

검은 피카소로 불리는 장 미쉘 바스키아. 27살의 나이로 아쉽게 생을 마감했고 앤디워홀의 절친이면서 미국 미술시장에서 가장 고가의 경매가를 자랑하는 그림을 그린 그는 추상미술의 대명사라 할 수 밖에 없는 작품들을 남겼다. 숨은 보석을 발견한 앤디워홀의 영향 때문인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마약에 중독 된 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했다. 그가 더 오래 활동을 했다면 지금의 현대 미술은 어떤 모습일까. 그의 상상력과 표현력 그리고 감성에 영향을 받은 현대미술 작가들이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피카소, 칸딘스키, 젝슨폴록, 바스키아 등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가장 인상적인 작가를 선택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상은 초등2학년 아들이었다. 다양한 미술사조를 바탕으로 창의적 미술 방법을 개발하는 수업으로 대상을 정해 수업을 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는 과제였다. 앞에서 언급한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때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바스키아의 작품은 아이의 눈에는 만만하게 보였나보다.


장 미쉘 바스키아, 무제



장 미쉘 바스키아, 무제



위 그림을 보면서 아들은 더욱 자신감에 들썩거렸다. 해골이 물고기를 들고 있다며 이상한 낙서들로 가득한 바스키아의 작품들은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앞서 보여줬던 여럿의 추상 미술 화가들 중 바스키아의 작품을 바탕으로 대상을 연구하고 표현에 이야기를 더하는 방향으로 구체화 시켜 보기로 했다. 보기에는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예술이라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 수만 있다면 아들의 미술 작품을 보는 태도는 상당히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장담했다.


우선, 바스키아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대상인 '해골'을 여러 컨셉으로 그려보기로 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해적 해골, 사무라이 해골, 우주 해골 등을 드로잉해 준비했다. 아들은 해골은 '죽음'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이지만 죽음마저도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너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죽음마저도 행복하고 싶다는 아들의 생각이 너무 어려웠다. 죽음이 무서운 엄마는 그렇게 느꼈을 터. 아들은 아직 죽음을 알지 못하기에 그저 즐거운 상상만 가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절 도화지를 화판에 붙이고 아크릴 물감으로 마음껏 칠해보라 말했다. 아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죽음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붓으로 톡톡 건드리는 액션을 취했다. 그렇게 해서 아름다울 수 있을까. 조금더 과감해지기를 요청했다. 꼬맹이는 오빠가 하는 게 재미있어 보였는지 유화 나이프를 손에 들고 마구 칠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그것에 자극을 받았는지 두번째 도화지는 액션을 크게 터치를 과감하게 하기 시작했다. 바르고 누르고 긁고 휘갈기면서 해골이 올려질 배경을 마무리했다.


아들과 엄마표 미술로 진행했던 많은 시간들이 떠올랐다. 엄마가 미술에 좀더 진지해지면서 아들은 그림이 제일 싫다고 했다. 언제 그림 그릴 거냐는 질문을 하지 말라며 눈을 부라렸다. 그때의 충격은 내가 왜 그렇게 까지 했을까. 아이에게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긴 시간 멍한 기분으로 지냈던 것 같다. 아들에게 더이상 그림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스스로 그리고 싶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싹을 잘라 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아리고 슬펐지만 상처에 새살이 돋기만을 기다려야했다. 아이는 조금씩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친구들이 다니는 미술 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선생님께 칭찬을 많이도 받았던 모양이다. 학교에 가서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여분의 시간을 활용해 그림을 열심히 그린다며 담임 선생님께 전해들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유선율, 아름다운 죽음, 아크릴 on paper, 2021



어쨌든 우리는 작품을 완성했다. 아크릴로 작업한 배경 위에 아들이 그린 해골을 스토리에 맞춰 배치했다. 죽어서 하늘로 올라가는 해골의 머리에는 노랗게 밝은 세상을 그렸고 바다에서 해적질을 하다 죽은 해골은 바닷물에 허우적거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꼴라주 형식을 살짝 가미했고 붙여진 해골에 오일 파스텔을 덧바르면서 여러 재료를 혼합 사용할 수 있다는 개념을 경험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이 그럴듯한 작품은 아들의 방 큰 창문에 붙어있다.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되면서 잠정 중단된 미술학원에서의 작품 활동이 많이 아쉽다. 두어달만에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 보게 된 좋은 기회였다.


"율아 이거 750억 받을 수 있을까?"

"에이, 무슨."

"왜?"

"혹시 모르지"




#우리들의미술놀이

#오랜만에아들과엄마표미술

#아들아그림재미있지

#추상미술은쉽지않다

#오히려묘사가더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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