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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이또이 Dec 13. 2021

일기 그 기록

어제는 글쓰기로 하루를 마무리 하고 노트북을 끄자마자 잠자리에 누웠어요. 누우면 바로 잠이 올 것 같았는데 뒤척거리는 시간이 길어져서 핸드폰을 켰지요. 검색을 할 것도 아니어서 인스타그램과 오랜만에 페이스북을 들어가봤어요. 오랜 계정은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최근 회화과 전시회 모임 때문에 만들었던 새로운 계정으로 로그인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참고하려고 사진클럽에 가입했는데 눈에 들어오는 사진들이 참 많이 올라옵니다. 그 중 언제라도 그려보고 싶은 사진들은 핸드폰에 저장하곤 합니다. 그런 일상의 모습으로 올라오는 피드들을 쭉쭉 올려봅니다.


얼마전 끝난 도쿄 올림픽에 대한 피드도 있더군요. 그중 호주 육상 대표팀의 니컬라 맷더멋 선수의 경기장에서 무언가 기록하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신의 경기를 기록하는 거겠죠? 신기했습니다. 시도를 실패했을 때 그리고 성공했을 때 모두 기록을 하며 가뿐 숨을 쉬었습니다. 떨리는 손의 모습도 여과없이 찍혔죠. 영상으로도 봤습니다. 얼마 없는 관중의 호응을 만들어 내고 '커먼' 크게 소리치며 경기에 들어가는 선수의 모습이 참 멋졌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선수의 루틴은 더없이 빛났습니다.


최근 두 권의 책을 구매했습니다. 모두 '일기'에 대한 책인데요. 한 권은 제주에 사는 어린이 동화작가 전이수군의 <이수의 일기>이고요 또 한 권은 10여년 미술치료사로 일한 정은혜 작가의 <변화를 위한 그림 일기>입니다. 저는 가끔 이수군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일기를 보면서 몸은 어리지만 생각만큼은 어떤 어른 보다도 크다 생각하는 그의 일상을 응원하곤 했습니다. 그런 일기들을 <이수의 일기>에 모아 책으로 냈네요. 이수군의 일기를 읽는데 너무 작은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 혼났습니다. 아이가 바라보는 어른들의 모습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 가족에 대한 사랑, 형제에 대한 애뜻한 마음 그런 모습을 통해 나의 모습도 돌아보게 하더군요. 그 중에서도 여는 글에 쓰인 이수군의 글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오늘을 기억해두고, 나중에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잊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내가 나에게 충고해주어야 할 기록이 필요하다."


전이수, <이수의 일기>, 글의온도 펴냄


부끄럽지만 저도 가끔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저를 위한 일기는 아니고요. 아들꺼, 딸꺼. 이렇게 두권의 일기장을 아주 오래전부터 조금씩 채우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전달 될 일기예요.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시기가 되면 끝도 없이 추락하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힘들어지겠지요. 어떤 일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찾지 못할 때 아주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마다 기록하고 있는 이 일기장의 의미는 분명히 있겠구나 싶은거죠. 너는 이렇게 소중한 존재란다... 이 일기장에는 그런 내용들이 들어있습니다.


매일 쓰는 글이 일기는 아니죠. 일기는 나의 일상을 통해 나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것일 텐데 가끔 생활과 생각이 분리되는 때가 있으니 온전한 일기라고는 할 수 없죠. 긴 글을 통해 일기를 쓰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그림 일기'를 써볼까 하고 <변화를 위한 그림 일기>를 주문했어요. 잘 보이고 싶은 그림 말고 단순하지만 그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만 해주는 그런 그림으로 매일을 기록하면 어떨까 상상하고 있는 겁니다. 예전 도서관 작은 미술관에 전시된 어떤 전시회를 본 적이 있는데요. 책을 읽을 때마다 자신만의 선으로 드로잉을 한 것을 전시했더라고요. 배운 사람들의 그림은 아닌데 이상하게 끌렸어요. 생각을 선으로 표현한다는 건 정말 어렵다 느끼거든요. 단순할 수록 어려운 건데 그걸 친구 셋이서 해내고 계시더라고요. 그림으로 생각의 흔적을 남기는 일 참 멋졌어요. 저도 늦기전에 그 루틴을 가져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죠..



정은혜, <변화를 위한 그림 일기>, 샨티 펴냄



기록에 대해, 일기에 대해, 루틴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주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느끼는 소중한 아침이었네요. 오늘의 글은 이런 느낌표(!)로 마무리해봅니다.




#오늘의느낌표는

#일기

#기록

#루틴

#삶의흔적

#그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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