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이또이 Dec 22. 2021

형상과 추상 사이

사물을 볼때 우리는 눈에 들어오는 것들에 집중 할 때가 있고 더 깊게는 그것의 속성을 파악하며 사고를 확장시키기도 한다. 보는 것을 통해 만족하는 사람도 있고 그 보는 것을 통해 생각의 바다로 건너가 깊고 깊은 사유를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보기만 할 거야. 나는 생각만 할 거야. 단호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이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탐닉 하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따로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모르긴 몰라도 인간의 오감각 중 시각이 사람의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눈을 감고 소리에 귀기울이면 생각이 단조로워지고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명상을 통해 나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갖는 게 눈을 뜨고 하는 것보다는 눈을 감고 하는 게 효과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사물의 형상을 그리는 화가와 그것의 추상을 그리는 화가는 구분될까? 지금 생각에는 형식적 구분일 뿐이고 회화적 표현의 기술이 다를 뿐 심미적 관점에서는 형상에서 추상을 찾을 수 있고 추상에서 형상을 찾을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설명을 추가하고 싶다. 사실적 묘사를 주로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볼 때 '와, 잘 그렸다'로 끝날 수는 없을 것이다. 작가의 감정이 어느 부분에서 폭발해 작품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게 되면 묘사 기법의 작품에서도 추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지나치게 쨍한 날 내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자신의 실루엣을 과시라도 하듯 각각 형체를 들고 일어날 때 눈이 아프게 힘들 때가 있다. 이럴 때는 포토샵으로 블러 효과를 주면 참 좋겠다 생각하기도 하는데 형상에 고착되기 쉬운 우리의 사고를 추상이 숨쉬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반대로 너무 애매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직관적으로 암시해주는 역할을 형상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형상을 본다는 것, 우리가 누군가의 행동을 볼 때 그 의도까지는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보이는 것을 통해 사실적 판단만 할 수 있게 된다. 행동의 패턴을 분석한다면 어쩌면 의도를 파악하는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수고까지는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게 또 하나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생각할 수 있는 길에 장애물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패턴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을 투자하기보다 거리를 두고 보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대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조정해 보면서 전체를 볼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확보해 보는 거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코끼리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닐 수도 있겠다. 그저 뒤로 뒤로 물러나기만 하면 될 일이다. 불만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대할 때 나도 으르렁 거릴 것이 아니라 SOS를 치는 신호라 생각하고 행동의 숨은 의도를 발견할 수 있는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는 일, 그것은 형상과 추상 각각의 심미적 요소를 발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관점'을 필요로 한다. 어떤 행동이든 긍정적 의도는 숨어있을 것이고 형상이든 추상이든 '왜'에 대한 질문의 답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보통을 거부하고 형식을 거부하는 누군가는 그 자체로 의도를 내포하고 있지 않은가. 무엇인지 말할 수 없는 회화적 표현의 산물인 추상도 관점의 차이일 뿐 작가는 이미 작품을 만들기 전부터 '왜'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붓을 잡는 나에게 있어 형상과 추상은 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데, 형상을 통해 추상의 깊이를 전달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입장에 서게 된다. 대상을 줌인 할 것인지 줌아웃으로 멀리 보게 할 것인지 그러는 과정에서 나는 어떤 관점으로 대상을 정의 내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추상을 위한 추상은 존재하지 않으며 추상 없는 형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추상은 실제로 우리 경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워드 호지킨 / Interior with Figures / 1977 - 1984 / oil on wood / 137.2 x 152.5cm



#그저그것이궁금해서

#형상과추상은늘허우적거리는우리삶에존재한다는것

#결국관점의문제를이야기하고싶은

#주저리주저리



작가의 이전글 시골집에 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