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이또이 Dec 22. 2021

아침 그 찬란한 시작에 기대보며...

아침이 왔다. 어제에 머무르고 있다면 큰일이 났을 것 같다. 연일 이어지는 열대야는 어제 늦은 오후 시간에 쏟아졌던 소나기에 소강 상태를 보였고 오늘 아침은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게 도와주기까지 했다. 매일아침 가뿐하게 일어나는 것이 몸상태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한살이라도 젊어진 기분이다. 이렇게 날씨에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 몸은 자신이 아닌 그 어떤 외부적 환경에도 쉽게 변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침이 왔다. 어제 가장 고통스러웠던 나를 앉혔던 그 장소에서 아침 바람소리를 들으며 앉아있다. 어제와 다른 하늘, 어제와 다른 공기, 어제와 다른 마음으로 같은 장소에 앉아 있는 나는 이 순간의 의미를 깊은 숨으로 들이마신다. 간밤에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격하게 요동치던 어제의 나는 어디 가고 아주 조용하게 아침을 느끼고 있는 나는 대체 누구인가 말이다. 나는 도대체 몇명인가 말이다.


아침이 왔다. 어제의 나는 죽었나? 어제의 일들을 계속 떠올리는 나는 어제의 나인가 지금의 나인가? 나는 고집스러운 면이 많다. 그것이 나를 힘들게 할 때도 많다. 생각이 유연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유연한 사고를 강요하면 할수록 난 더 깊이 나의 존재를 부인하며 보여지는 나와 본래의 나 사이에서 갈등하고 힘들어했다. 나에게로 향하는 에너지가 강한 사람이다. 그 힘으로 무언가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결국 터지고 마는 사람, 어쩌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크고 작은 갈등들이 나에게로 향하는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침이 왔다. 무의식이었던 시간에서 깨어나 의식의 시간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의식은 가동되고 무의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퇴행한다. 하지만 아주 조용히 기회를 노리다 갈등이 일어나는 순간 무의식이 튀어나와 의식의 문을 잠가버린다.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더라. 후회를 동반하고 무의식은 퇴장하며 나를 외롭게 만든다. 오늘은 어제와 달라야 한다며 다짐을 하고 있는 지금, 무의식에 지배되지 않기 위해 무장하고 있는 내가 잘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어제가 지나고 새로운 아침이 다시 찾아온다는 건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조금의 변화라도 내 의지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난 아직 내 정신을 무의식에 지배당하지 않고 있다는 뜻일 거다. 언젠가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길 그 언제가 올 거라 믿으며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드려 애써보자.


변화 없이 나아질 거라 믿는 것만큼 허무한 믿음도 없을 거다. 어제에 묶이지 말고 무의식에 지배당하지 않길 오늘 만큼은 간절히 바라본다.




흔적을 따라가는 길 / 24 x 41 / oil on canvas



#무언가에대한절실한기도

작가의 이전글 형상과 추상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