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통해 다른 문이 보이고 다른 길을 그려보고." 글동무 서치님이 블로그 글 <그래서 뭣이 중헌디?>에 남겨주신 댓글의 일부이다.
그래 맞아. 우린 살면서 수 많은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러한 시도가 모두 성공했다면 난 지금 다른 삶을 살고 있을 텐데. 어떤 시도들이 있었나 생각해봤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국 어학연수 길에 올랐을 때, 만약 영국에서 아일랜드로 넘어가 더 오래 머물렀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또, 말레이시아 교환학생으로 쿠칭에 있을 때 학업을 더 연장했다면 난 지금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사진을 더 오래 찍었다면 어땠을까. 아이 갖는 것을 미루고 함께 일해보자는 곳에 들어가 회사 생활을 연장했다면 나의 결혼 생활은 어떤 모습으로 지금을 살아가고 있을까.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지 않고 일 년이고 이 년이고 계속 도전했다면 난 공무원이 되었을까. 잘 배우고 있던 캘리그라피를 잠시 멈추지 않았다면 지금의 단체전에 내 글씨가 걸릴 수 있었을까.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선택을 기점으로 전후의 마음 상태는 참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상황을 미리 예측해 보며 생기는 걱정과 불안은 선택 후 빠르게 자리 잡는 '희망'에 의해 망각되어 진다. 일이 진행되고 익숙해질 즈음에 찾아오는 또 다른 선택 앞에선 나는 적어도 걱정과 불안이 있을 지언정 전과는 사뭇 다른 자신감을 장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시작할까?"에 대한 고민이 아닌 "계속 할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시작과 다르게 계속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더 이성적 판단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해야겠다. 경험은 사람을 이성적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나도 대학 졸업 후 사회 초년생 시절이 있었다. 토익 점수도 좋지 않고 이름 있는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취업을 감히 희망하게 되는 건 스타트를 안정된 곳에서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객관적 시험 점수와 관심을 끌만 한 경험도 없는 나의 이력서는 가장 먼저 재껴지는 것들 중에 하나였을 거다. 광고 아니면 PR을 하자. 작은 PR 대행사에서 PR AE로 일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던 것 같다. 대기업에서 시작하지 못한 나는 '그래 대기업에서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쌓아보자' 라고 생각하며 PR 대행사, 광고 대행사를 거쳐 자사 마케팅팀 프로모션 기획자로 이직을 했고 그 다음은 모바일 기획자로 어쩌면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많이 다르지 않은 연결 선상에서 사회 생활을 이어갔다. 새로운 시작의 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경험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었기에 할 줄 아는 게 많아진다는 자신감은 어디에 가든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도왔던 것 같다. 물론 내 자리가 아닌 곳은 오래 유지하지 않았다. 몸이 거부하는 이상한 습관 때문인데. 장단점이 있는 듯하다.
정확한 데이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 전공을 살려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일 거란 생각을 한다. 전공을 살려 전문성을 가져가면 좋겠지만 일단 대학에 입학해 생활을 하다보면 수많은 가능성들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갖게 되면서 몰랐던 세상에 눈을 돌리게 되고 자신의 적성이 꼭 전공과 맞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수시로 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겠으나 정말 진심을 다할 수 있는 분야가 나타났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보라 말하고 싶다. 서치님의 말씀처럼 시작을 통해 다른 문이 보이고 다른 길을 그려보면서 나를 조금씩 알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선택에 주저하면 두려움을 키울 수 있다. 그 두려움이 나를 삼켜버리기 전에 내 이성이 조금더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방향으로 문고리를 돌리면 될 것이다. 넘기 힘든 문턱을 넘어보려고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지나치지 않길 바란다. 지금 눈물을 삼키며 포기한 경험이 후에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고 또 어느 지점에선 마주하게 될 가능성도 있으니 절대적 선택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없음을 명심해보자. 나를 위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온 우주는 변화이고, 인생은 의견이다." -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중 -
#나의선택을존중하고믿고가는것만이
#나의두려움을이길수있다
#두려움은경험을통해서만이깨질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