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주말 오전,
게으름을 벗어 카페로 나온다.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 따라 글 길을 걷다 보면
나도, 글도 빗줄기도 온전히 하나가 된다.
그렇게 만나는
노회한 사상가와
대화는 편안해지고
한 잔의 따뜻한 커피는 자친(吝) 마음을
밀어내어 여백을 넘겨준다.
글 속에서
만나는 까칠한
철학자는 어렵게 속마음을 열어
그의 삶과 고난을 그리고 인생의 진리를 커피 향과 함께 건네주고,
먼지 하나 없는
맑은 창에 밝은 볕이 드나드는
명창정궤(明窓淨机)가 아니어도,
어지러운
마음을 잡아 주기엔
커피 한 잔도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