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 수학에 대한 소문과 오해]
내가 입국 전 미국 초등학교 수학에 대한 정보를 얻은 곳은 세 곳이었다.
네이버 카페, 네이버 블로그, 주위 사람들.
뭐 이건 사실 수학뿐만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얻은 정보들은 대체로 비슷했고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웬만한 한국 초등학생들은 미국 초등학교 수학을 쉽게 느낀다.
한국 초등 아이들이 제일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과목은 수학이다.
수학을 잘하는 것이 학교 적응에 큰 도움이 된다.
음 그럼 일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말이 맞다고 느낄까?
맞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일단 정확히 해야 할 사실은 나는 초등 수학에 한정해서 얘기한다는 것이다.
(보통 중등 수학부터는 실력별 class 편성으로 인해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항이 적다. )
1. 미국 수학이 한국 수학보다 쉽다. --> 이건 노노, 아이가 영어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는 경우에 한한다.
미국 수학은 숫자만 쓰여있지 않다.
한국도 물론 서술형 문제가 있지만 아이의 표현에 의하면 미국은 도를 넘어선다. ㅋㅋㅋ
2. 한국 아이들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과목은 수학이다 --> 이건 인정!
부모의 뇌 속에 이미 잘할 수 있는 '과목'의 범주가 '국영수' 밖에 없다고 볼 때 확률적으로 높은 것 같다.
3. 수학을 잘하면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된다. --> 이것도 인정!
그게 수학이 아니더라도 특히 운동이면 제일 좋은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무엇인가 하나를 특출 나게 잘하면 아이들의 선망이 따른다.
[미국 초등 수학 톺아보기 : 교과서]
제일 먼저 얘기해야 할 부분은 바로 교과서다.
미국은 교과서가 있다 없다?
결론은 주마다, 교육구마다, 학교마다 다 다르다!
하지만 학교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교육 표준은 있다.
그 표준이 국가에서 만든 학력 기준인 커먼코어(Commom Core state standards) 일 수도 있다.
또 내가 사는 버지니아주처럼 자체 개발한 표준, SOL(Standards of Learning) 일 수도 있다.
아래는 버지니아 한 카운티의 초등 4학년 수학 표준이다.
각 항목을 클릭하면 매우 세부적인 학습 목표를 볼 수 있다.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수학도 이 표준을 따라서 가르쳐야 하고, 교과서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교육 과정은 한국과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초등학교(킨더~5/6학년)는.
우리 아이 학교는 교과서가 있기는 하지만 절대 집에 가져오지는 않는다.
(이 교과서를 집에서 풀리면 Cheating으로 여길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다만, 숙제는 흔히 '종이 조가리'로 여겨지는 프린트물 혹은 교과서를 낱장으로 찢어서 한 장 가져온다.
이것도 매일은 아니고 선생님 따라 다르다.
게다가 숙제가 있는 반이라고 해도 금요일은 제외다.
Happy weekend를 맞이해야 하니까!
오늘자 미국 초등 수학 4학년 숙제(놀랍게도 이게 끝이다!) 이 교과서 낱장을 보면 형편없는 인쇄 퀄리티에 놀라게 된다.
미국 특유의 누런 인쇄지.
아마 미국 책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숙제는 선생님이 채점을 해서 돌려주신다는데 푸는 방법이 자세히 있어야지 안 그럼 다시 푼단다.
그리고 우리 선생님 같은 경우는 새로운 개념을 배우기 전에 가정에서 해주면 좋을 활동들을 보내주신다.
미국 초등 수학 4학년 1학기 도움 자료(분수)
[미국 초등 수학 톺아보기 : 과정 중심, 시각화]
숙제나 선생님 안내지를 보면 미국 수학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볼 때 그냥 구구단만 외우면 끝날 것도 여러 전략을 써서 풀게 만든다.
심지어 아이 반에는 아직도 12 곱하기 3을 바로 하지 않고 3을 12번 더하여 푸는 아이도 있단다.
그런데 그 아이가 끝까지 풀 수 있게 기다려주는 걸 아이는 신기해했다.
처음에 우리 아이가 구구단으로 문제를 쉽게 풀자, 작년 교생 선생님은 이 방법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다시 풀라고 한 일도 있었다.
물론 이것이 연산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한국식 연산은 계속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벌써 계산기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빠르고 정확한 연산 능력은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아이의 수학적 자신감을 키우는데 이만한 게 없는 것 같다.
미국 초등 수학 4학년 쪽지 시험 문제 또 하나의 특정적인 점은 시각화다.
문제들은 대부분 매우 긴 서술형 문장제 형식인데, 한국에서는 바로 숫자를 이용한 식으로 만든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먼저 자기만의 언어(그림)로 도식화하고 식으로 만드는 형식을 먼저 배운다.
우리 눈으로 볼 때는 이 과정을 거쳐야 하나 싶기도 한데, 수업에서는 더 집중적으로 이런 활동을 한다.
[미국 초등 수학을 준비하는 부모님들께]
사실 영어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고, 실제 그렇다.
하지만 수학도 마찬가지는 아닌 것 같다.
수학은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학 용어를 외우지 않는다면 다 틀리게 된다.
거기에다 문제 푸는 방식까지 더하면 시험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일단 숫자 100까지 영어로 읽고 쓸 줄 알아야 한다.
(킨더 과정에서는 100까지 읽기가 목표, 1학년은 읽고 쓰기가 목표)
그리고 기본 수학 용어들, 예를 들어 subtraction, fraction, addends 등을 익히기를 추천한다.
나도 사실 한국에서 한국에서 미국 초등 수학 용어 사전을 구매해서 왔지만, 공부를 시키지는 못했다.
대신 숙제할 때 아이가 아는지 확인하고 함께 찾아보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 온 수학용어사전(tallymark라는 용어는 처음 봤다는.)
그리고 이미 미국에 계신 부모님들께는 워크북을 추천한다.
아마존이나 인근 서점에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고, 심지어 월마트, 코스트코에서도 종종 보인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굳이 한국 문제집을 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꼭 5대 출판사가 아니어도 관계없다.
그저 아이가 풀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면 좋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마음의 준비를 하시기 바란다.
생각보다 학교에서 수학 공부에 온라인 게임을 많이 활용한다.
온라인 게임을 자제시켜 온 나로서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아니 무슨 학교에서 이렇게 게임을 시키는지!
그런데 쭉 지켜보니 아이들이 수학을 게임처럼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좋은 점도 있긴 했다.
그리고 아이들끼리 종종 게임 레벨 올리기 경쟁이 붙기도 한다. (심지어 반 대항으로도!)
우리 아이 같이 다시 한국으로 갈 아이들에게는 다시 없을 좋은 과정 중심의 학습, 모두에게 수학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