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라이드로 통학하는 아이]
우리 아이는 작년 1월부터 미국 버지니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이제 4학년이다.
나는 미국 초등학교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이 바로 노란색 스쿨버스였다.
그만큼 당연히 스쿨버스를 타야 한다고 생각했고, 기대했다.
검색해 찾아본 여러 글에서도 스쿨버스 타는 것만 봤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 통학은 내가 직접 차량 라이드를 한다.
(물론 이웃의 귀국 때문에 버스를 태운 적도 있기는 하다. )
처음부터 스쿨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건 타는 순서 때문이었다.
집에서 학교까지 차로 가면 채 5분도 안 걸리지만, 버스를 타려면 새벽 6시 50분에 나가서 기다려야 했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만 이용할까도 싶었지만 돌아올 때도 거의 마지막에 내려주는 코스라서 1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껴졌다.
나의 경우 옆에 사는 친절한 언니 덕분에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가 없었다.
본인이 겪어서 알게 된 많은 것(스쿨버스, 방과 후수업, 사교육 등등)을 족집게처럼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그 언니는 아이들에게 아침에는 개인 라이드를, 오후에는 스쿨버스를 타게 했다.
나는 스쿨버스의 분위기, 시간 등을 고려해서 안태우는 걸로 결정했고.
사실 미국 생활 적응에 있어 제일 좋은 것은 동네에서 자리 잡고 살던 사람의 친절한 강의(?)를 듣는 것이다.
하지만 성격상 남과 대화하기 어렵고, 서로의 여건이 안될 수도 있다.
그게 바로 내가 이 글들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
[미국 초등학교 통학하는 방법 네 가지]
통학하는 방법은 크게 넷으로 나눠볼 수 있다.
개인 차량 라이드
스쿨버스
walk in
방과 후 프로그램(또는 외부 사교육기관) 픽업(이건 하교 시에만 해당)
아이가 처음 학교에 가면 이 중에서 선택하라고 할 것이다.
등교할 때와 하교할 때 방법이 달라도 관계없다.
하지만 만일 정해진 통학 방법이 변경되어야 한다면 학교에 반드시 사전 보고를 해야 한다.
시간도 정해져 있었다.
그들이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당일 오후 1시가 마감 시간이었다.
이게 별 것이 아닌 것 같아도 학교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알게 되는 일도 있었다.
이웃 엄마가 원래 개인 차량 라이드를 했는데, 날씨가 좋은 어느 날 차를 학교 주차장에 세우고 도보로 아이를 데리러 갔다.
사실 차에 타고 있으면서 아이를 태우는 것 VS 차에서 내려 아이를 데려가는 것의 차이다.
그런데 교직원 선생님께 강한 주의를 받았다고 했다.
이런 건 사전에 반드시 공지되어야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니 주의해 달라고 말이다.
변경하는 방법은 보통 이런 양식의 종이가 학교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학교에 갔을 때 이 종이를 다량으로 가져와서 쓰고 있다.
하교 방식 통보 양식 특별한 일이 있거나 병원을 가야 할 때 아침에 써서 아이에게 주면 아이가 선생님께 제출한다.
그러면 담임 선생님은 이걸 다시 담당 선생님께 전달한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도 된다.
참, 여담이지만 'Dismissal'이라는 단어, 나는 '해고'로만 알았다.
그래서 네이버 사전으로도 찾았지만 해석이 되지 않았다.
Dismissal 네이버 사전 찾기
그래서 영영사전으로 찾아보고 나서야 납득이 되었다는.
하교라는 뜻이 되긴 하는구나......
Dismissal
[미국 초등학교 통학 방법 톺아보기 : 개인 차량 라이드]
사실 매일 학교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등교할 때는 경찰관 한 분이 고정으로 오셔서 7시 40분부터 교통 지도를 해주신다.
그분은 차량 지도뿐만 아니라 Walk in으로 오는 학생들과도 일일이 인사하고 손 마주쳐주신다.
미소가 지어지는 일이지만 만일 내가 회사 출근을 해야 하는데 저런다면?
윽 뭐라 할 수도 없고 답답할 것 같다.
그런데 더 답답한 것은 매일 하교 시간에 도로 정체를 견뎌야 하는 것이다.
이 수준이 서울 시내 차 밀리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수많은 차들이 공회전을 하면서 10~25분 대기하는 것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 학교 앞은 2차선 도로인데 양쪽에 차가 밀려 있는 셈이다.
그럼 그냥 지나가야 하는 차들도 몇 분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맛집 앞에서 Drive Thru를 하는 느낌이랄까.
우리 아이 학교는 통학 담당 선생님이 차 번호와 라이드 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무전기로 아이를 호출한다.
신학기에 선생님이 차 번호를 외우는 시간 일주일은 차 대시보드에 아이 이름을 붙여놓는다.
내가 매일 하교를 시키다가 몸이 아픈 어느 날 남편이 데리러 갔는데 선생님이 누구냐고 물어보셨다고 하니 정말 기억력이 대단하다.
호출된 아이는 도서관에 모여 자율 활동을 하고 있다가 가방을 챙겨 정문으로 나온다.
그리고 엄마 아빠 차로 탑승!
이때 승하차를 도와주는 선생님도 몇 분이나 계셔서 아이들이 등하교 시 제일 먼저/끝에 만나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선생님이다.
[미국 초등학교 통학 방법 톺아보기 : 스쿨버스]
스쿨버스는 학교마다 정해진 차량 대수와 노선이 있어서 그걸 보고 선택하면 된다.
아이들의 모든 집을 일일이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운 좋게 우리 집 앞이 그곳이면 좋겠지만, 우리 집에서 가까운 픽업 장소에 아이를 데려다줘야 한다.
나는 노선이 나빠 스쿨버스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웬만하면 스쿨버스 타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비슷한 곳에 사는 아이들끼리 친해질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버스 기다리면서 또 버스 타고 아이들은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고 이게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된다.
부모들은 별도 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아이가 버스 타고 내리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먼저 학교에서 이런 예외 사항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보통 4, 5학년 정도 되면 허락한다고.)
그러니까 아이가 올 시간 정도에는 버스 정류장에 나가서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 부모가 없으면 버스 기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이것들은 모두 지인들이 1년 사이 경험한 것들이다.
버스에서 혹시나 아이가 좋지 않은 일을 경험할까 봐 걱정되는 부모님도 계실 것이다.
그럼 버스 기사한테 전화하면 안 되냐고?
안된다. 기사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이럴 때는 담임 선생님과 담당 교직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럼 보통 24시간 내에 답변이 온다.
[미국 초등학교 통학 방법 톺아보기 : Walk in과 방과 후 프로그램 픽업]
Walk in은 말 그대로 도보 통학이다.
여기에는 Bike로 학교에 오는 것도 포함된다.
학교 인근에 사는 아이들이 많이 신청할 것이고, 이 또한 부모 감독은 학년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아무리 가까워도 저학년은 무조건 부모가 함께 이동하는 것 같았다.
4학년 아이들 중에서 혼자 집에 가는 아이는 본 적이 있다.
방과 후 프로그램 픽업이라고 써놓은 것은 정식 명칭은 아니다.
아이가 돌봄이나 방과 후 프로그램을 듣거나, 외부 사교육기관으로 바로 가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경우는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에게로 인도한다.
(초등학교에서 선생님 감독 없이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우리 학교는 많이 가는 외부 체육기관이 있는데 거기로 가는 아이들은 한 스쿨버스로 이동한다.
집에 올 때는 부모가 차량 라이드를 한다.
[등하교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나라, 미국]
운전할 때 스쿨버스가 무조건 우선이라는 얘기는 많이들 들어보셨을 거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것 이상으로 아이들 등하교는 중요한 의미가 부여되는 것 같았다.
부모나 또는 그에 준하는 성인으로부터의 보호가 의무가 되고 거기서 양육되는 아이들.
그것에 가치를 두는 것이리라.
뭐 이렇게 뻑뻑하고 답답하냐고 생각했지만 철저하게 아이 위주로 돌아가는 시스템에 이제 적응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