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천직, 꼭 있어야 하나요?
오랜만에 공감 갔던 Ted.
위로가 되는 것 같아서 공유해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걸 좋아했다. 그 이유는 딱히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나는 저렇게까지 간절하게 원하고 열망하는 것이 없는데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던 마음이 컸다. 지금도 딱히 직업을 꿈으로 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내심 못내 찝찝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는 그냥 뭘 하든 평타는 치는데 뭔가를 특출 나게 잘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뭐든지 열심히 한다. 뭘 하든지 열심히 하면 대체로 평균의 점수는 받는 편이다. 근데 그러다 보니 뭔가 사회는 오타쿠같이 하나를 깊이 파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은데 난 그러지 못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한때는 이게 사실 내 우울함의 원천이었다. 경제적으로 지원을 못 받고 자란 것도 아니고, 원하는 학교에 진학을 못한 것도 아니고, 부족함 없이 자랐는데 왜 나는 내 능력을 못 찾고 발휘하지 못하는 걸까 이런 생각?
이 고민은 부끄럽지만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예전부터 계속 고민했지만 뚜렷한 답은 아직 찾지는 못한 것 같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 잘하는 것을 하라고 하지만 나는 그게 너무 많다. 그리고 그 관심 있는 것들을 어떻게 서로 연결해서 상업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뭔가 선택을 못하겠다고 해야 하나..
예를 들면,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여행을 업으로 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아직은 전문 작가가 될 정도의 실력도 안되거니와 작가로 생계를 유지할 자신도 열정도 없다. (그렇지만 평생의 취미이자 특기로 갖고 가고 싶음)
이렇게 적용되는 게 나한텐 많다. 먹는 것도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식품업계나 요식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건 아니다. 지금은 그럴 체력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굳이 합리화하자면 그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그걸 꼭 직업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사람들이 종종 '당장 내일 죽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질문을 하곤 하는데. 나는 이 질문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그 이유는 질문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거대하다. 당장 내일 죽을 것 같지도 않은데 죽기 전에 뭘 해야 하냐고? 그러면 너무 턱까지 숨이 컥 막히는 느낌이라서 안 그래도 확답을 못하겠는데 더 부담스러워서 답을 못하겠다.
이미 한길만 10년 넘게 오롯이 걸어온 사람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남과의 비교가 인생이 불행해지는 지름길이라는 걸 알지만.. 솔직히 부담감은 있다. 나는 이제부터 또 다른 커리어를 시작하려 하는데 왜 나는 저들처럼 한길만 선택해서 걸을 수 없었을까?
그 고민에 대해서 이 Ted가 완벽한 대답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위로가 된 것 같다. Ted에서는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많은 나 같은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니라 multipotentialite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다행히도 지금은 드디어 한 가지 직업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나 같은 multipotentialite에게 최적화된 시대를 드디어 만난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기준을 부과하지도,
쓸데없이 우울해지지도 않을 거다.
하고 싶고, 관심 있는 일은 꾸준히 도전해볼 거다.
나라는 사람은 계속 배우면서 성장해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