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 길이 나에게 맞지 않는 길일 수도 있다.
돌아보니 그랬다. 어떤 일은 내가 아무리 기를 쓰고, 애써도 결국 일이 잘 안 풀렸다. 분명히 기회는 계속 오는데 왜 안 되는 걸까? 의기소침해졌다.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직무 전환을 시도할 당시에 그랬다. 2019년 12월 말에 나는 테크니컬 서포트 직무에서 세일즈로 이직을 시도하고 있었다. 애플이라는 번듯한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2년 정도 customer-facing 경력도 있겠다 안될 게 없어 보였다. 스펙적으로는 전혀 나쁠 게 없어 보였다. 싱가포르에 있는 웬만한 유명한 테크 회사 sales 및 engineer 포지션은 다 지원했다. 서류 통과는 어렵지 않았다. 매주 면접이 잡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다 떨어졌다. 그것도 실무진 면접에서. 당시엔 매주 면접을 보는 게 정말 힘들었다. 한 시간씩 영어로 면접을 보면 진이 빠졌다. 게다가 다 떨어지고 나니 더더욱 지쳤다.
테크니컬 라이터 면접을 볼 땐 달랐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직무를 지원했을 때보다 수월하게 붙었다. 물론 내가 가진 이전 IT 회사 경력과 코딩 부트캠프 경험이 있었던 덕분일 수도 있다. 무려 1년 반 동안 시도했던 직무 전환 시도는 드디어 나에게 맞는 옷을 찾고서야 마무리될 수 있었다.
어쩌면 사람과의 인연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내가 아무리 이 사람을 원하고, 잘 맞다고 해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거나 일이 잘 안 풀린 적이 있었다. 되돌아보면 인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 거기까지가 인연이었던 것 같다.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 애쓰지 말자. 때로는 다른 길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