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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ydreamer Oct 16. 2023

연하(남)일기12

여름을 좋아하는 여자와 겨울을 좋아하는 남자

결국은  이 이야기는 12살 나이차이를 극복해 결실을 맺은 대단한 사랑이야기는 아니다.

기싸움으로 시작해서 서로 다른 세상에 스며 들지 못했으며 결국은 현실의 벽앞에 힘없이 무너져 버린 그저그런 이야기였을지 모른다 .


서로는 다른 시간에 태어나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살다 가방을 두고내린 어느날 같은 시공간에서 만났다 . 그리고 잠깐을 함께 하며 매일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를 탐닉하며 세상을 비웃었고 취했고 같은 시간대를 누리다가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다.

난 안정이라는 것을 향해서 가야 할 나이였고 그 앤 여전히 탐험하고 모험하고 많은 것을 경험해야 했다 . 난 나이때문에 쿨한 누나 코스프레를 하다 서러움이 쌓여 갔고 그앤 내 눈치를 보며 지쳐갔다 .

난 전 연애에서 처럼 응석받이 여친이 아닌 척 하느라 솔직하지 못했고 그 앤  나의 마음을 끝까지 알지 못했을지 모르겠다 . 각자의 세상을 지키느라 서로에게 몰입하지 못했고 마지막에 나는 그 애에게 보고 싶다고 말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고 운동하기 바빴던 어린 너에게 이 관계는 도대체 무슨 의미냐고 열폭하고 말았다. 한 순간이라도 솔직할 수 없냐고 묻는 내게 넌 항상 솔직했었다고 허탈하게 말했다.


혼자 말하고 혼자 화내고 혼자 끝내자고 한다며 ..

니말대로 왜 내가 그 모든걸 혼자 했을까를 넌 생각해주지 않았다. 넌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으니까 .. 그리고 결국은 내가해야 할 일이였으니까 .


열살 아니 그 이상의 연하남을 만나도 그저 난 한 여자 일수 밖에 없었다.  사랑 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었던..

그앤 아마 나이차이 많은 누나가 이제까지 여친들과는 달리 자신을 좀더 자유롭게 해주고 감싸 줄거라 생각했겠자만 결국 별다르지 않은 모습에 질려 갔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서로의 손을 그렇게 쉽게 놓구 서로의 세상으로 돌아갔다 . 난 조금은 지루해도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세상으로 그리고 그 앤  젊음의 도파민을 폭발시키는 흥분된 그의 세상으로 ..


하지만 난 오랜만에 그 애 때문에 가슴이 뛰었고 길거리를 누비며 키스했으며 담벼락에 기대 담배도 피웠다 . 술에 취해 보고 싶다고 전화했고 편의점 앞에서 맥주도 마셨다 .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걸었고 서로를 격렬하게 안았다.


여전히 세상을 여행해야 할 그 애에 발목을 오랜 시간 잡고 있긴 싫었다 . 난 20대 중반부터 12년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얼마나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며 울고 웃고 미쳤었던가 .. 그 모든 길을 지나 여기 서있었기에 그 애도 20대의 나처럼 훨훨 날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아마 난 좀더 그 애와 있고싶었는지도모른다.하지만 그러기엔 내 맘이 더욱 깊어질까봐 두려웠다.


난 그 앨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많은 질문을 했었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

누나는 여름이라고 했었지 ?

어 .. 기억하네 넌 ??

난 더운거 싫어 한다 했잖아 .

그래서 뭐냐구 ?

겨울이라 했었는데 !!

여름을 좋아하는 걸 기억해준 그애가 좋아하는 계절을 기억 못한 내가 미웠는지 알려 주려 하지 않았다.

많은 질문을 했자만 여전히 난 그 앨 충분히 알지 못했다. 너의 우주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우리의 간격은 생각보다 컸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진 못했지만 내게 많은 감정과 추억을 선물해준 내 연하남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할 거라구..


그앤 요리를 좋아하고

겨울을 좋아했고

내가 질문 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많이 행복했었다는 걸

끝까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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