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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호 Aug 28. 2022

지식의 저주와 역지사지

The Curse of Knowledge

지식의 저주와 역지사지


1. 최근 트위터에서 사과문 표현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공식 계정에 사과를 하게 되었고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린다' 라고 사과문을 올렸다.


2. ‘심심(甚深)한 사과' 즉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한 사과의 의미로 표현했으나 이 표현이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이 '심심한 사과'를 지루하고 재미없는 뜻으로 오해해 불만을 표현했다. 이를 두고 문해력 저하, 실질 문맹률 등 논란이 있었다. 


3. 사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의 지식을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고 한다. 


4. 이를 두고 진행한 연구가 있는데 1990년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대학원생이던 엘리자베스 뉴턴이 진행한 '두드리는 사람과 듣는 사람(Tappers and listeners)'이라는 실험이다. 


5. 뉴턴은 실험에 참가한 사람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쪽 그룹에는 노래를 고른 뒤 리듬에 맞춰 손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사람'으로 했고, 다른 그룹에는 두드리는 것을 듣고 어떤 노래인지 맞혀보도록 '듣는 사람'으로 나눴다. 노래는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간단한 곡으로 했고  시작 전에 '두드리는 사람'에게 상대방이 얼마나 맞출 수 있을지 예측해 보라고 했더니 평균적으로 50퍼센트가 나왔다.  결과는 어땠을까?


6. 결론적으로 성공율은 겨우 2.5%가 나왔다. 즉 120회의 실험에서 3번만 정답을 맞출 수 있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두드리는 사람은 노래를 자신의 머릿속에 떠올리며 멜로디를 능숙하게 두드렸지만, 듣는 사람은 그 멜로디를 알 수 없으니 상대방의 음악적 맥락을 알 수 없고 그저 의미없는 두드리는 소리로만 들리기 때문이었다.


7. 회사에서도 소통을 하다보면 이러한 '지식의 저주'와 같은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보통 업무 지시 혹은 프로젝트가 생기면 해당 담당자는 열심히 준비해서 진행 사항 및 결과를 보고 및 공유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경우가 이를 리뷰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의 이해와 해석의 차이를 깨닫게 되고, 다시 일을 하게 되는 비효율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8.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명확한 소통의 부재이다. 즉 각자 가지고 있는 정보와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제각각 해석해서 일을 하거나 나와 같은 이해를 하고 있다고 예상하기에 '알아서 잘 하겠지' 혹은 '이 프로젝트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겠지' 라고 주관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 회사에서 어떻게 해야 이러한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9. 본인이 프로젝트 리더이자 업무를 지시하는 팀장이라면 1) 업무의 배경(context)를 충분히 이야기하고, 즉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2)업무/프로젝트의 목적(objective)과  기대사항(expectation)을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3) 또한 상대방이 당연히 알 것이라는 추측은 하지 말고 가능한 쉽게 설명을 하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사실 어떤 것을 알게 되면 그 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 


10. 반대로 업무 지시를 받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입장이라면 일의 맥락을 이해하고 모르겠으면 명확하게 이해될 때까지 물어 보거나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또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중간 과정을 가급적 수치와 핵심을 보고해야 적절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관련 팀들과 적극적인 소통은 필수이다. 


11. 맹자의 말씀 중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다. 상대방의 처지나 형편에서 생각해 보고 이해하라는 뜻이다. 결국 회사에서 지식의 저주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 소통으로 해결 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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