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DAK 노닥 Dec 08. 2017

담으라, 그리하면 담길 것이니

필름카메라를 시작하기에 앞서.

필름카메라는 유동적입니다. 기계라고 해서 함부로 다룰 것이 못됩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손이 연장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니까, 찍는 사람은 자신의 시각을 필름카메라에 담기 시작하는 거죠.


일단, 카메라를 선택하고 필름을 대충 선택했다는 가정에서 시작해봅시다.

당신의 카메라는 캐논이나 미놀타, 필름은 비스타를 쓴다고 상상해봅시다.

자. 이제 카메라를 들고 밖에 나설 차례인데 막상 셔터를 누르자니 두렵고 부끄럽습니다. 이것은 왜일까요?


시선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빠르게 찾자.


사람들이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창피하고, 또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어서 빨리 집어던집시다. 그 사람들 사실 별 생각 없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밀기 전까지는 정말 남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도 됩니다.


사진을 찍을 때 중요한 것은 흔하게 구도라고 하지요?

구도를 잘 잡아야 사진의 구성이 이쁘게 나온다~ 이런 말들을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말입니다. 사실 필름카메라를 처음 사용하시는 분들에게 구도를 따지고 조리개는 열어놓느니, 셔터스피드는 뭐 어떻게 하느니... 처음 찍어보려는 사람들은 그저 ‘소유하고 싶다’ 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공부를 하는 느낌이라 쉽게 포기하고 맙니다.


정말 마음대로 찍어보십시오.
제일 중요한 것은 2롤 정도를 느낌 그대로 찍어보는 것입니다.


되게 쉬운 소리라고요?

당신이 처음으로 찍은 결과물들이 처참하든 아니든 목도하게 될 겁니다. 너무 밝은 사진이 나오거나 또는 그 반대. 핀트가 엇나가 초점이 어디에 가 있는지 모르는 사진들... 사실 저도 가끔 실수를 하는 부분이지만 마음껏 찍으면 이런 망(?) 하는 사진들을 찍습니다.

문제는 그게 망한게 아니라 당신이 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첫 걸음이라는 말이지요.

라이카:바르낙. 아무것도 모를 때 막 찍어서 왼쪽 하단에 노출과다가 보입니다.  구도는 신경쓸 것 없이 형편없습니다.

일단 막 찍고 난 다음에야 자신의 문제점을 알게 됩니다.

“아아. 햇빛이 많이 비추면 조리개를 조금만 열어두어야 하는구나. 아니면 셔터스피드를 줄이거나. “

“이 사진은 초점이 안 맞아 있네.”

펜탁스 에스피오 115m: 다이얼을 돌리지 않아서 핀트랑 초점이 전혀 맞지 않는 사진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꽤 최근의 것입니다.

사진을 즐기기 위해 오셨다면 진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십시오.

이왕 ‘슬로우 라이프’ 를 찾으셨다면 거기에 ‘더 효과적인’ ‘더 잘 찍고 싶은’ 욕망을 배제합시다.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필름카메라를 집어던지고 ‘나 몰라’ 하는 순간이 옵니다.


라이카 M4: 그런데 이렇게 노출 실패로 찍은 것도 꽤 멋있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라이카 M4: 예를 들면 사진에 스토리를 집어넣는거죠. 이것도 노출 실패로 흔들렸는데 ‘ 엿보다’ 라는 제목을 다니까 그럴듯해요.

실제로 사진은 ‘그럴듯한 세계’ 입니다.

아무리 위대한 사진작가라고 할지라도 느껴지는 바가 전혀 없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카르티에브레송의 모든 작품이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사진에 자신의 스토리가 들어가면 그 자체로 사진을 찍을만 합니다.


<인도방랑>의 저자 후지와라 신야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도는 너무 많이 찍으면 안됩니다. 인도란 나라는 어디를 찍어도 사진이 되니까요. 360도를 빙그르르 돌면서 서른여섯번 셔터를 누르면 바로 포토스토리 한권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인도에 간 사람들의 사진은 모두 똑같아요.
너무 많이 찍는다는 것은 전부 찍어선 안된다는 거지요.
인도는 '무엇을 찍지 않을것인가' 하는 마이너스 작업에 의해서만 그 사람의 시점이 드러납니다

당신의 사진도, 무엇인가 막 담으려고 강박에 시달리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구도나 조리개나 셔터 스피드, 아주 기본적인 것은 찍어보고 결과물을 확인한 후에 배워보세요.

당신은 막 담으려고 해도 담을 것이고

심지어 담지 않으려고 해도 담겨질 것입니다.


무작정 담으십시오.

담길 것입니다.

담으려고 강박을 가지지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담깁니다.



-즐거운 필카라이프 되세요!-

작가의 이전글 필름카메라, 당신을 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