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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DAK 노닥 Sep 14. 2021

여름 하늘을 사랑하세요?

우리는 항상 여름을 떠나보내고 싶어하지만, 다시 여름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2020년의 여름은 나에게 달갑지 않은 기억으로 다가온다. 땡볕 아래에서 잡초를 뽑고, 근무중이던 교회 주변을 순찰하며 떨어져갈 낙엽을 걱정했다. 군복무 시절의 여름은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 하복을 입은 상태에서 군인은 에어컨의 영역 바깥 한발자국이라도 나가면 땀이 비오듯 쏟아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하복도 짜증났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외출과 외박, 휴가의 통제가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진짜 저 파란 하늘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어떤 캐릭터일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다. 아무 걱정 없이 쾌활하고 호탕하게 웃어버리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캐릭터처럼, 구름이 몽게몽게 피어오르는 저 맑은 하늘은 나의 짜증섞인 땀방울도 어루만지는 듯, 군복무만 끝나봐라 주구장창 하늘 사진이나 찍고 다녀야지- 하는 희망에 젖게 만들었다. 땀 대신 희망에 젖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어쩌면 다이달로스와 함께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난 이카루스가 지나치게 높이 난 까닭이 저 파란 하늘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만큼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뚬벙뚬벙 묘한 모양새를 하고 기어가는 구름들과 잠깐씩 불어오는 친절한 바람, 내리쬐는 햇빛을 고향처럼 그리워하는 일종의 향수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라이카M6/ 주마론35mm/코닥 컬러플러스200

파란 하늘을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서 곰곰히 묵상해보면, 한편으로는 우리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바다에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탄생의 모체였던 바다로 돌아가고픈 그 욕구가 우리의 뇌리에는 깊이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평생 어머니의 품을 떠나지 못하듯 바다와 하늘이 가진 그 연관 관계를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는지 모르겠다. 파란 하늘은 넘실대는 바다를 보는 것 같이 평온하게 흘러간다. 



어느덧, 여름은 가고 가을이 돌연 와버렸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깜짝 놀라는 것은, 이제는 여름 홑이불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겠구나- 하는 것이다. 얇은 소재의 이불을 새벽마다 돌돌 싸매고 쌀쌀한 바람을 이리저리 피해보려는 나의 모습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와하하" 하고 호탕하게 웃어버릴 것 같다. 

라이카M6/ 주마론35mm/코닥 컬러플러스200

인간은 간사하다. 더워서 짜증나는 그 여름을 보내고 싶어하더라도 벌써 추석을 앞두고 쌀쌀하게 스윽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음미하면서 "그 때의 여름은 참 부지런했구나." 하고 내심 마음으로 감탄한다. 여름이라는 그 캐릭터가 열일했다- 하면서 곧 바로 여름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을, 당신은 이해하는지 모르겠다. 


여름 하늘을 사랑하세요? 

네. 보내고 난 뒤에야 그걸 깨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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