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매일 밤
걸어다니기 편한 신을 신고
이어폰을 귀에 꽃는다. 그러면 야간산책 할 준비는 완료 된다.
언제부터 야간산책을 좋아했냐고 묻는다면, 요 1년 사이에 좋아졌다고 말할테다. 카메라를 손에 쥐고 다니는 사람은 언제나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인데 나 같은 경우 야간은 꿈도 꾸지 않고서 낮, 그래도 아직 빛이 비취는 그 시간을 골라 나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저물기 전에 돌아오면 몇 장 정도는 필름에 새겼다는 마음의 안정감이 들었다.
군대에서 보직상, 야간퇴근이 익숙했던 나는 수요일과 토요일, 저물어버려서 이제는 더이상 온기조차 남아있지 않은 그 저녁에 생활관으로 복귀했다. 예배가 모두 끝나면 잔잔하게 모든 버튼을 꺼버리고 사무실에서 오분정도 그날 간식으로 나온 주스를 마시는 것이 일종의 힐링이었다.
땅거미들도 포식활동을 멈추고 집으로 쏙 들어간 그 때를 돌아다니면 마치 난 어둠 속에서 숨어 위장공격을 벌이려는 특수부대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진기를 든 사람이 거리를 포착하기 위해 배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싹- 사라져야만 하는 그 때를 느껴본 이후에 나는 야간에 생활관으로 올라가는 그 시간이 오히려 좋아졌다.
제대 이후, 나는 개와 늑대의 시간(개와 늑대를 알아보기 어려운, 어둠이 스산하게 깔리는 그 시간)에 신발끈을 꼼꼼히 묶고 난 다음에 집을 나섰다.
확실히 야간의 공기가 무겁다. 여간해서는 낮에 맡지 못할 냄새들은 천천히 코 속으로 들어온다. 아스팔트에 스며든 사람 사는 향기가 자기 주장을 하면서 올라오는 그 느낌이 좋다.
야간산책을 하면 꼭 만나게 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빛이다.
그건 낮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야간산책에서 더 큰 '은혜'로 다가온다. 부족한 노출 속에서 한줄기 빛이 선명하게 내리쬐는 그 모습에서 사진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럴 때면 언제나 셔터 릴리즈 속도를 벌브B에 둔다(누르는 만큼 셔터가 열리는 것을 말함).
빛 한줄기가 그날의 거리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오묘한 색감을 낸다. 이 색감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서울에서 야간에 이어폰을 끼고 바쁘게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수상한 사내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50퍼센트의 확률로 내가 아닐까 싶다. 내가 아니라면, 야간산책의 진면목을 알아차린 누군가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