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일까, 청년편
*청년편이라곤 했지만 다른 연배도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N포세대.
뭐든 포기해야만 내 존재가 사는 세대가 되었다.
우리 앞 세대도, 우리 뒤에 있을 세대도 N포세대를 물려주고자, 물림받고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든 포기하는 시대에서 발버둥치며 벗어나야 한다.
행복한 연애를 꿈꾸는 나는 어느덧 20대 후반으로 다가가고 있다.
어렸을 때는 로맨스 영화 때문인지 "나 역시 저렇게 연애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다면,
이제 나이들어 생각해보면 연애란 공포와도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가끔 만나는 이성분들과 대화해보면
한없이 즐거워진다.
그러나 그 사람이 다가오거나 내 마음이 그 사람을 향해 진심이 되었을 때 마치 빌딩 꼭대기에서 아래를 바라보듯 선명하게 찾아오는 패닉이 있다.
불안감, 그리고 무력감.
왜 불안감, 무력감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내 존재의 기반이 어디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결과 때문에 만남을 더이상 이어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밥을 같이 먹으면서 생각하는 것은, 나란 존재는 연애를 할 수 있을만큼의, 비굴하지 않을 만큼의 경제적 독립,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들을 엄격하게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는 언제나 입맛이 확 떨어지기 마련이다.
누구나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너가 하는 일들, 버티는 일들이 굉장하다. 너는 그대로도 괜찮아~! 하는 위로의 말들.
그러나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그 순간만큼은 말해준 친구들과 가족이 정말 고맙지만, "도대체 나는 뭐가 괜찮을까?" 하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인류사에 족적을 남기겠다 하는 거대한 포부도 없고 평범하게 잘 살아가면 괜찮다는 나 조차도 이제는 평범한 것, 행복한 것이 뭔지를 모르겠다.
세상에 의해 등 떠밀려진 존재.
나는 그것을 인간이라 생각한다. 청년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그렇다. 실존주의 철학에서는 이러한 존재를 '피투'되다고 말한다. 던져짐 당했다는 것이다.
어찌되든 살아가는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보면서 슬픔을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요즘에는 '다음 생에에는 돌로 태어나고 싶다.' 라는 장난 섞인 글을 볼 때마다 마음 깊숙히 고개를 끄덕이는 때가 많다. 정말 다음 생애라는 것이 있다면 나 역시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나 홀로서 영원히 존재하는 돌로 살아가면 정말 좋지 않을까.... 하고.
그러나 등 떠밀려진 존재, 즉 인간이라는 말은 희망 그 자체이기도 하다.
산책하며 자연을 묵상하며 많은 것들을 배운다. 아둥바둥 살아가는 세계 속에서 이 세계를 짊어지려 하는 동물이 '사람' 이라면 이 세계 자체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도록 세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희망은 한 없이 작은 인간의 마음이니 그 마음을 다잡기만 한다면 세계를 바꿀 수 있다.
모든 세대의 사람이 고민하는 문제, 과연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뭘까! 하는 질문.
나 역시도 요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7년이라는 대학+대학원기간, 늦게 간 군대와 이제 사회로 등 떠밀려진 존재인 나는 정말 좋아하는게 뭔지 모르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아득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면 마치 지푸라기 안에 박힌 바늘 하나를 찾아야 하는 그 숙제, 신데렐라가 새어머니와 언니들이 시킨 화롯가 재 사이에 있는 콩을 모두 찾아야 하는 그 숙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물어보면 가끔 이런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돌아온다. 나는 조언을 얻으려고 했던 것인데,
"앗, 저도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거 뭔지 몰라서 고민중이에요..."
확실히 우리들은 뭔가 잘못돌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