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타이페이는 어떤 도시였을까.
여행작가가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일단 여행을 해야 하고 글을 써야 한다.
2018년의 무렵 나는 사진도, 글도 관심없는 사람이었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필름카메라를 거의 1년동안 썩혀두었으니 말 다했지. 그런데 이상하지, 뭔가 느낌이 와서 2018년 2월에 예정된 대만여행에 필름카메라와 몇 롤의 필름을 싸들었다. 마치 예고편 없는 영화를 보는 느낌같았다. 지금 생각해봐도 웃기다. 뭔 자신감으로 필름카메라를 챙겨갔을까- 하고.
애초에 여행이라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성격이다. 여행은 무슨, 집에서 그냥 할일없이 빈둥대고 싶은 것이 나였는데! 게다가 이번 여행(대만)은 어머니랑 동생이랑 가는 거라 아버지 챈스(알아보는거, 교통, 그밖 모든 귀차니즘적 요소들)가 없어서 난감했다. 일단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하는 여행이 처음인지라 나는 대표성을 가지고 여행의 스케줄을 짜보기 시작했다.
여행스케줄은 간단했다. 어머니도, 동생도 동의한 것인데 일단 타이페이를 크게 벗어나지 말자는 것.
"에게! 그게 무슨 여행이야?!" 라고 물으면 할 말은 없어진다. 사실상 타이페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여행에 있어 중요해보이는 여러 공간을 방문하는 것보다 세명이 함께 즐길 만한 공간을 최대한 찾아 맞춰보자.' 는 이야기도 된다.
즉 우리들의 여행은 '타협'과 '공존'에서 시작했다.
사실 내 여행기라 해도 다른 사람들이 집중하는 것에 전혀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필름사진에는 뭘 먹고, 어떤 포즈를 취하는지 그런 정보의 사진은 거의 없다. 나는 철저히 여행자의 시점에서, 대만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일종의 여행이 아닌 긴 시간동안 이어지는 마라톤을 했다고 생각한다. 마라톤은 42키로미터의 거리를 완주의 목적을 가지고 뛰는 것이다. 나는 내 여행의 방법이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달리면서 익숙하고 편안한 시각을 찾아 해매면서 결국 나 자신으로 돌아오려 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풋풋한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체계도, 순서도 없이 뒤죽박죽 되어버린 필름 사진첩을 보면서 순서대로, 주제대로 여행기를 작성하는 것이 귀찮아졌다. 그냥 섞인 사진에 내 캡션을 집어넣음으로써 만족할만한 여행기를 만들어내리라 다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내 여행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그 이유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워낙 두서가 없으니!
코로나로 얼룩져있는 2021년에서 돌아보아 2018년을 상상해보았을 때.
나는 도대체 어떤 진리를 대만 속에서 발견한 것일까! 그 당시 찍어놓았던 사진들을 보면 용맹하기 그지없다. 스트릿을 시도하며 사람들의 곁에서 일상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통해 나는 여행이 아닌 무엇인가를 하려 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