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뿐 아니라 많은 모임 자리에서 단골 질문이 뭐냐 묻는다면 아마 상대방의 취미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취미가 뭐냐? 묻는다면 상당히 많아서 대답하기 곤란하다. 뭔가 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다 이야기하기 어렵기도 할뿐더러 ‘이걸 좋아합니다‘ 하면 다른 취미도 비등비등하게 좋아하는 느낌이라 선뜻 말이 떨어지지 않는다.
옛날엔 낮잠이 취미였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반응이 재밌다. 사람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찍는게 그렇게 재밌었는데..!
’낮잠이요? 낮잠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하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오 그럼요, 공짜로 꿈을 꿀 수 있잖아요. 피곤도 풀고 꿈이라는 영화도 보니 일석이조죠.‘ 라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진짜 취미는 뭐에요?‘ 거듭 물어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재밌다. 진짠데. 진짜로 낮잠이 취미였는데...
요새는 거듭 설명하기 귀찮아서 생활 패턴 중 하나를 둘러댄다. 사진을 찍는다고도 하고, 도장을 만든다고 하기도 하고, 산책을 한다고 하고... 그런데 정말 좋아하고 즐거워해서 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판단해봐야만 알 것 같다.
내게 취미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로 굳어진 것들이다. 그래서인지 취미를 생각해보면 두근거리고 ’아 재밌겠다!‘ 하는 생각보다는 3년 만난 여자친구를 대하는 듯 무심하고 시크한 느낌이라 생각한다.
때로는 뭐든 열심히 했던 그 때가 그립다
취미가 내 여자친구라 한다면, 우리는 이미 만나기 전부터 횡단보도 사이를 두고 눈짓과 바디랭귀지로 오늘 뭐를 할지 감을 잡아놓은 상태인 것이다. ’야. 오늘 집에서 쉴래?‘ ’ㅇㅋ‘ 하고서 말이다. 그 정도로 우리는 죽이 잘 맞거나 너무 익숙해져버린 것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이게 정말 재밌어서 하는건지 아니면 습관처럼 하는 건지 구분이 안 될 때 가끔 슬프기도 하다. 일단 카메라는 가지고 나가보며, 운동화는 신어보고 이어폰을 귀에 꽃아보긴 하는데 익숙한 감정이 들게 되면 ’내가 이 짓을 왜 하고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 돌연 관둬버릴 때가 부쩍 늘었다.
사진찍기 길거리에서 돌아다니기(대신 정처없이 떠돌아다녀야 함) 운동 음악듣기 전각도장만들기 드럼치기 기타치기 노래방가기 책읽기 – 서평하기 글훔치기(주로 소설이나, 유용한 자기계발서, 미술서적의 멋진 문장을 내 노트에 빼곡 적는다) 평양냉면집 방문(요즘 생긴 취미다. 또 맛집 탐방은 잘 안하는게 이상하다) 교보문고 가서 한 시간 떼우기 도서관 가서 끄적이기 글 작성(무엇이든) 동생에게 말도 안 되는 일들 이야기하며 반응 지켜보기 (만약 ~ 라면 어떻게 할거니) 중국어 공부하시는 엄마 옆에서 정신산만하게 춤 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