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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DAK 노닥 Jan 27. 2023

아침

에 대하여



나에게 아침이 고통스러웠던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작년은 눈을 뜨는 것 자체가 한숨이었다.

왠지 커다란 빚을 진 것 같았다. 아무것도 진 빚이 없으나 혼자 뜀박질을 해대면서 스스로를 갉아먹고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관계 속에서 염증을 느껴 달아나며 넘어지고 기어가고 굴러가기를 반복하더니 기어이 대인기피증의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숨이 막 안 쉬어지기도 하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면 피부가 따가워지고 등에 땀이 한가득 흐르기도 했다.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매일 저녁 너는 왜 하루를 그렇게도 증오하니? 하는 물음을 주었을 때, 내가 준 답은 간단했다. “모든게 다 너 때문이야.”

하루 종일을 비참함으로 견디고, 저녁을 미치광이 삐에로처럼 지내고 꿈에서조차 무덤에서 자는듯한 나날이 계속되자 나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이 삶을 단호하게 끊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단히 잘못된 느낌이 든 아침에 일어나도 일어난 것 같지 않은 그런 잠귀신의 상태에서 반사적으로 핸드폰만 30분 붙잡고 있다가 세수도 하지 않고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아침식사 자리까지 몸을 이끌면 어느덧 9시 30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로 1시간 30분을 버리는 기분은 참으로 비릿하고 씁쓸했다.


조금씩, 조금씩 변해야겠다! 는 생각으로 일어나자마자 확인하던 핸드폰을 집어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나는 종교인이다보니 아침에 일어나 할 것이 간절한 기도 밖에는 없었다.

저녁에는 ‘데려가주십시오.’ 하고 기도하다가도 아침에는 ‘하루라는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기도하는 꼴이 참으로 웃겼지만 나는 그런대로 나아갔고 걸어갔고 일어나서 아침을 꼭꼭 씹어 삼켰다. 1분간 더 샤워하는 사치를 부리기도 해보고 정거장을 지나쳐 사진을 찍기도 하고, 꽃을 사보기도 했다. 맛있는 냉면을 사서 먹고 마파두부밥을 잘하는 곳을 발견하기도 했다.


더 중요한건 나 자신을 ‘자신’으로 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는 항상 내 자신을 제3자의 입장에서 냉철하게 판단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래서 못생겼고, 못났고, 객관적으로 판단해보고자 했다. 그런데 그건 객관이 아닌 또 다른 나의 주관이었고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지레짐작하여 멸의 구렁텅이까지 밀어넣었던 것이다!


거울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너는 이걸 고쳤으면...’ 했던 나를 보고서 속삭였다. ‘너는 최고야.’ ‘너는 뭘해도 할거야. 대기만성이니까.’ ‘세상 사람들 다들 보라지. 아무것도 널 해칠 수 없어.’ 라고 응원했다. 창피하지만 거울 속에 있는 나와 매일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거울속의 나에게서 하이파이브를 거절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야호, 좋은 친구가 생겼다.


가을을 그렇게 버텼고, 겨울도 넘어갔다. 이제 23년이 밝았고 정말 빛과 같은 속도로 2월이 다가왔다. 쉴틈없었던 22년이 지나갔으니 나는 괜찮고 더 나아질거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순간들과 함께하면서-

이제 아침이 어떻냐고? 아침은 여전히 나에게 중력과 본능을 거스르는 신성한 순간이다. 그 순간에 꿈에 푹 절여진 나를 이끌어줄 사람은 오로지 나다. 나는 어제의 나를 붙잡아 신에게 꿇도록 앉힌다. 매우 종교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던 즐거운 순간을 하루 더 연장해주셨으므로 기도한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넘어져도 걷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감당할 수 있을만큼 걷고 걸어서 나와 신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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